이원 시인은 6년 전 작고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을 회고한다. 시인은 선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로 ‘물끄러미’를 꼽았다. 언젠가 툭 던지듯 전한 “이원은 별걸 다 신경 써”라는 선생의 말이 그에게는 내내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별걸 다 신경 쓰는 분주함이 나의 허약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뒤척임이 많았는데, 선생님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정말 괜찮아졌다.” 그 말은 ‘별걸 다 신경 쓰니 그만 써’라는 뜻도 ‘별걸 다 신경 쓰다니 대단해’도 아니었다고 한다.
‘당신은 이렇다’라고 타인을 규정하는 일은 종종 폭력의 위험성을 띤다. 그 말의 이면에는 평가나 판단이 들어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생의 말이 위로로 닿을 수 있었던 건 평가나 판단 없이 상대를 그 자체로 바라봐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놓치지 않지만 억압하지 않는 시선”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