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법 당국에 신고되는 가정폭력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가해자를 피해자와 분리하는 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보호 처분이 상담위탁이나 사회봉사에 집중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정법원에 접수된 가정보호 사건은 2만1637건으로, 이 중 가정보호처분이 내려진 사건은 60%에 해당하는 1만3074건이었다.
가정보호처분은 대부분 상담이나 사회봉사로 끝났다. 지난해 가정보호처분이 내려진 사건 중 약 49%에 해당하는 6376명은 8호(상담위탁) 처분을 받았다. 4호(사회봉사·수강명령) 처분을 받은 것은 2628명으로 20%를 차지했다. 반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1호 처분을 받은 인원은 39명에 불과했다.
가해자를 보호시설에 감호위탁하는 6호 처분은 지난해 단순처분 건수 중 단 1건만 이뤄졌다. 감호위탁은 가해자를 보호시설에 따로 구금해 피해자와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때문에 가해자 격리를 통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일컬어진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16개 지부를 감호위탁 보호시설로 지정해 사문화돼있던 감호위탁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작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감호위탁 처분을 받은 인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이 가정폭력으로 검거한 인원은 5만5176명이다. 이 가운데 구속된 인원은 578명으로, 구속률은 1.04%에 그쳤다.
가정폭력 사건은 정식으로 기소되기보단 보호사건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5만5176명 중 보호사건으로 송치된 가해자는 38.32%였다. 기소된 인원은 30.83%, 불기소 처분된 이는 28.29%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검거된 3만3194명 중 36%는 보호사건으로 송치됐고, 31.89%가 기소됐다.
서영교 의원은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 건 중 보호처분이 결정되는 인원이 10명 중 6명밖에 되지 않고,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는데 어떤 피해자가 용기 내어 가정폭력을 신고할 수 있겠는가”라며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문제 삼을 수 없게 하고, 사법적 개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재의 처분으로서는 피해자를 구해 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