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옆 도림로는 낯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북적이고 차량 경적 소리로 시끄러웠던 곳인데 이날은 지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되레 한산한 느낌이었었다. 관광객으로 시끌벅적 해야 할 닭 날개구이 좌판 앞에도 사람이 없었다. 손님이 없으니 상인들도 옆자리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2월20일 경찰청이 범죄예방 목적으로 시·도청에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서울경찰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4개대 총 388명을 기동순찰대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청 기동순찰대의 활약은 특히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12일 대림동 속옷 가게에 차린 불법 담배 공장을 적발하고, 9월엔 중국과 북한에서 진통제로 사용하는 마약류 ‘정통편’ 판매자를 붙잡기도 했다.
이날 대림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기동순찰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든든하다’와 ‘생업에 방해된다’로 엇갈렸다. 이곳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정모씨(63)는 “점심 저녁할 것 없이 시시때때로 경찰 4~5명 정도가 순찰을 한다”며 “든든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 사람의 난동 등 범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16년째 이곳에서 꽈배기 장사를 하는 김모씨(42)는 “여기만 단속한다고 하니까 중국 동포들도 잘 안 오려고 한다”며 “작년보다 사람이 많이 줄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순찰이 늘면서 대림동을 찾는 이주민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림동 주민들은 경찰의 순찰 활동을 미등록 이주민을 잡기 위한 ‘단속’으로 생각했다. 10년째 이곳에서 식당일을 하는 이모씨(61)는 “경찰 4~5명이 단속하러 다니는데 불법체류를 하는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그런 사람들은 집에서 안 나온다”고 말했다. ‘단속’이 심해지면서 불안감 때문에 관광객조차 대림동에 잘 오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림동 상권의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곳에서 20년째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71)는 길 건너 음식점을 가리키며 “저 음식점도 잘 나가던 가게인데 결국 망했다”며 “동네가 조용해야 하는데 (경찰이) 자꾸 들쑤시니 작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씨가 가리킨 가게엔 ‘폐업 전 세일’이라는 홍보문구를 써 붙인 이른바 ‘땡처리’ 업체가 영업 중이었다.
조모씨(48)는 “경찰이 자주 단속을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보여주기 위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대림에 오는 것 아니냐”며 “중국 사람들도 싸우거나 사고를 치면 ‘돈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우범지역’이었던 초창기와 달리 대림동 치안이 이미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씨도 “<범죄도시>인가 하는 영화 때문에 우범지역이라는 선입견이 너무 강해졌다”며 “솔직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순찰대는 주민과의 접촉면을 넓혀 공동체 치안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아직은 기동순찰대 활동에 관한 홍보가 미흡해 벌어지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미등록 이주민을 잡으려고 순찰을 다닌다는 주민 시선에 대해 “그것을 테마로 잡는다든지 할 여력도 없고 지시도 내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은 법무부나 출입국관리소 소관으로 기동순찰대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부대표도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사법 처분을 목적으로 단속하다 보니 그런 우려가 상인을 중심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법무부의 미등록 이주민 집중단속 기간에는 기동순찰대가 나와도 사람들이 외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부대표는 근본적으로 “출입국 제도의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체류 기간이 지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법무부가 자진출국 시 입국규제 면제를 약속했지만 이중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체류기간이 지난 이주민들이 대림동을 떠나 단속이 느슨한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생업이 달린 사람들을 사법 단속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과태료·세금 납부를 하도록 하는 등 합리적 제재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