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승패, 백인 여성에 달렸다?···스윙보터로 떠오른 ‘히든 해리스’

김희진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지지자들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지지자들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닷새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백인 여성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줄곧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섰던 이들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히든 해리스’로 돌아설지가 초접전 양상인 대선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전략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의 ‘충성’ 표밭으로 여겨지는 흑인 여성 또는 남성이 아니라, 백인 여성 유권자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에 ‘쓴맛’ 안겼던 백인 여성, 이번엔 다를까

백인 여성은 2016·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해 연달아 민주당에 쓴맛을 안겼다. 2016년엔 백인 여성 47%가, 2020년엔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각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45%), 조 바이든 대통령(46%) 지지율을 제쳤다. 특히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후보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민주당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미국 대선 후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 번째로 등판하는 이번 대선에선 백인 여성 유권자의 표심이 또 다른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임신 중지권을 보호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폐기한 후 처음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백인 여성이 승패를 가를 결정적 ‘스윙보터’로 주목받고 있다. 백인 여성은 미국에서 가장 큰 투표 인구 집단으로 유권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데다, 꾸준히 높은 투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NYT와 시에나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백인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선 두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선을 뼈 아픈 교훈으로 새긴 민주당은 임신 중지권 이슈를 부각하며 젊은 백인 여성의 지지를 끌어모으려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다만 젠더 자체를 이슈화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주력해왔다.

NYT는 이런 민주당의 시도가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백인 여성 역시 최우선 관심사로 ‘경제와 인플레이션’(29%) 문제를 꼽았기 때문이다. 임신 중지권(24%)과 이민(14%)이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제와 이민 이슈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점하는 편이다. 특히 비대졸자 여성의 경우 경제 문제를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 기우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도 모르는 ‘히든 해리스’ 나타날 수도”

다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이 임신과 출산, 여성의 권리 차원에서 ‘한 배를 탄’ 백인 여성을 설득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보수 성향 백인 여성 중에서 ‘히든 해리스’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셀린다 레이크는 백인 여성 중 가족이나 남편에겐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해리스 지지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기 전에 지지자들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0월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기 전에 지지자들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들어 ‘임신 중지권’을 핵심 이슈로 강조하자 백인 여성의 표를 지키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선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나는 그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을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고 강조한 일도 여성 유권자에 구애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막판까지 백인 여성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보호’ 발언을 두고 “여성의 주체성을 이해하지 못한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국적으로 임신 중지권을 금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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