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하면 ‘저렴한 음식인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저 의외로 좋은 음식도 좋아합니다. 많이 먹었고 공부도 했고”(흑백요리사 중)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최대 수혜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라는 말이 나옵니다. 안대로 눈을 가려도 재료와 메뉴를 간파하고 한식·일식·중식·양식을 가리지 않는 음식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해 요식업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인물)’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여전한 10월 백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도 코스피 상장에 나섰습니다.
실제 공모가도 더본이 희망한 것보다 높은 3만4000원에 정해지면서 공모가로 환산한 시가총액은 4918억원, 백 대표의 지분가치는 약 2900억원에 달합니다. 만약 오는 6일 상장에서 더본코리아가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성공하면 백 대표는 1조원이 넘는 지분가치를 인정받는 ‘잭팟’을 터트리게 됩니다.
백 대표는 왜 상장을 추진했을까요. 상장을 하면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수 있지만, 만약 주가가 하락하면 백 대표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답은 백 대표가 강조하는 ‘한식의 세계화’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요하거든요.
백 대표가 알파이자 오메가
1994년 백 대표가 창업한 더본코리아는 ‘가성비’를 무기로 하는 대표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입니다. 유통사업 등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올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액의 대다수(83.8%)는 외식가맹사업에서 나왔습니다. 이 중에서도 저가커피 빽다방(37.3%), 중국음식점인 홍콩반점(12.7%)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이죠.
더본코리아는 지난 4년(2020~2023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39.7%에 달합니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했는데요, ‘백종원 효과’와 ‘다브랜드 전략’입니다.
타사 브랜드와 더본코리아가 다른 점은 광고모델이 없다는 점입니다. 방송출연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유명인 백 대표가 ‘무료 홍보모델’인 셈이죠. 뉴미디어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1일 기준 665만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백 대표의 유튜브 계정은 더본코리아의 자회사인 티앰씨엔터가 운영합니다. 유튜브에서 자사 프랜차이즈를 점검하고, 또 예산시장 활성화 프로그램 등도 추진하면서 전반적인 이미지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점포 수를 늘리고, 광고비는 줄여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다브랜드 전략도 차이점인데요, 더본코리아는 국내 최다인 2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건데요, 한 브랜드에서 매출이 떨어져도 다른 브랜드로 보완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전략입니다. 브랜드가 달라도 물품은 본사에서 관리해 경쟁력 있게 공급한다는 점, 다양한 IP(지적재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는게 더본코리아의 설명입니다.
백 대표 리스크에서 벗어나자
다만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릅니다. 더본의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거든요. 2021년 매출총이익률은 42.9%, 영업이익률은 10%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엔 각각 33.5%, 7.1%로 줄었습니다. 인건비를 포함한 물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또 가맹점도 언제까지나 늘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캐시카우인 빽다방도 저가커피 시장이 워낙 치열해지니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죠.
백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리스크 중 하나죠. 백 대표가 영원히 자리를 지킬 순 없으니까요. 투자설명서에도 “백 대표의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한 부재 시 수익성 및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백 대표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데 건강에 문제가 없다”며 “자연 발생 사고 말고는 (오너리스크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일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나이에 사고를 쳐서 뭐 한대요?!”라고 일축했죠.
그래서 백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하며 ‘포스트 백종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마스터 프랜차이즈’와 ‘소스’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더본코리아는 해외에 직접 출점하거나 가맹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출해왔는데요, 이제는 K-콘텐츠 인기도 높아진 만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업과 계약해 그 기업이 가맹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도록 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겁니다. 한국 ‘맥도날드’, 한국 ‘버거킹’ 같은 시스템이죠. 매장당 수익은 줄더라도 매장 수를 늘려 확장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한식 수요가 높아진 만큼 한식당을 가지 않더라도 직접 한식을 만들어 먹도록 맞춤형 ‘소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 눈에 띕니다. 기자간담회 발언을 발췌해봤습니다.
김치 수출을 하지만 급한 대로 채소에다가 양념을 집어넣어서 김치의 맛을 비슷하게 낼 수 있는 소스가 사실 필요하거든요. 80년대 초반에 데리야끼치킨(소스가) 엄청난 인기였어요. 저는 그게 제일 부러웠거든요. 식자재마트에 아무거나 사가서 프라이팬에 볶으면 돼요. 간장에 소금 등이 들어간 간단한 조미료지만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만들려면) 간장을 사고 설탕을 사야하고. 그런 소스의 시장이 굉장히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 대표가 흑백요리사의 장트리오(간장, 된장, 고추장) 요리를 심사하며 ‘우리의 장을 얼마나 잘 알릴 수 있느냐’가 주안점이라고 강조했는데, 백 대표의 사업계획을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더본코리아는 상장으로 조달하는 금액 중 800억원(약 80%)을 간장 등 1차 소스를 생산하는 회사 인수에 사용한다는 입장입니다.
사내에서도 의구심, 성공 여부 지켜봐야
야심찬 계획이지만 성공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더본코리아는 코로나19 당시 중국의 봉쇄조치 여파로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더본코리아의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좋지 않으면 마스터 프랜차이즈 전략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투자설명서에서도 더본코리아는 “해외사업의 경우 다양한 변수에 의해 사업 대상 및 사업 규모 또는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며 “직영 매장 조기 폐점,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중도 해지 등으로 인한 매몰비용 발생 및 손해배상 지급 등으로 인해 손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실제로 사내에서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모양입니다. 상장을 앞두고 진행된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배정 물량의 35%만 채웠거든요. 우리사주 물량은 1년간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적용돼 상장 직후 바로 팔 수 없는데요, 주가가 쭉 오를 것이란 믿음이 부족하다면 청약에 응할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기업 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부터 호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장에 있어 좋은 신호는 아닙니다.
백 대표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으로 전망 있게 보는 사업들의 (예상 매출) 수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좀 보시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