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발음이 같아서?…중국 트럼프 ‘밈 주식’ 급등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증시에서 트럼프 테마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이름이 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것 외 관계가 없는 ‘밈 주식’에 일부 투자자들이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항공 교통 관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규모 회사인 와이즈소프트 주가는 지난달 두 배가량 급등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모두 선전 증시 상한선인 하루 10%까지 급등했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2704만위안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회사 이름 때문이다.

와이즈소프트의 중국어 이름은 촨다즈셩(川大智勝)인데 일각에서는 이 이름에서 ‘트럼프가 지혜롭게 승리한다’는 뜻의 문장인 ‘촨푸즈셩(川普智勝)’을 떠올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문으로 주로 터랑푸(特朗普)라고 표기하지만 촨푸(川普)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쓰촨성에 본사를 둔 와이즈소프트는 매출액의 90%가 중국에서 발생해 미국의 무역 정책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되지만 오직 발음 때문에 트럼프 테마주로 분류됐다.

지난 6월 말 TV 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주가는 급등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2015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됐을 때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음향기기 부품 전문기업 고어텍 주식도 지난 7월 이후 급등했다. 고어텍의 중국어 이름 거얼이 ‘귀를 자르다’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 중 피격을 당해 귀를 다친 뒤 이 회사 역시 밈 주식의 대열에 합류했다.

밈 주식 열풍은 중국 증시의 미성숙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증시의 역사는 짧고 투자 문화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의 증권거래소가 각각 1990, 1991년 설립됐다. 현재 중국의 개인 투자자는 2억명에 달한다. 사회 안전망은 약하고 공적연금 제도도 갓 출발했기 때문에 중국 당국도 개인 투자를 장려해 왔다. 지난달 초 국경절 연휴 전후 주식 신규 계좌 개설자의 70%는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이 가운데 25%는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밈 주식이 급등하는 일은 흔했다. 용의 해인 올해는 이름에 용이 들어간 회사 주식이 급등하기도 했다. 중국세계화센터의 왕쯔천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주식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이 종종 비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2021년 비디오 게임 회사 게임스톱 주식이 미 증시에서 1600% 상승했던 일을 예로 들며 ‘밈 주식’의 인기는 세계적 현상이며 다만 중국 투자자들은 ‘동음이의어’에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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