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인대 상무위는 경제 부양책 규모를 결정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 대선 결과가 부양책 규모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인대는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기관으로 정부 예산안을 의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전인대 상무위는 2개월에 한 번씩 열리며 주요 법안과 예산안 등을 심사한다. 예산안 규모와 연동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결정하며, 재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승인권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펼치기로 방향을 전환한 만큼 이번에 전인대가 승인할 국채 발행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전인대 상무위는 오는 5일 미국 대선과 겹쳐서 열린다. 미 대선 결과를 주요 결정 사항에 반영하기 위해 통상 10월 말에 열리던 전인대 상무위 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 상무위 주요 결정 사항은 마지막 날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부양책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상무위가 승인하는 부양책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하고 신재생 에너지 등 특정 분야에는 100%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을 낸 상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출 기업이 입을 타격을 고려해 10~20%가량 부양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대선 결과가 중국 부양책 결정의 변수가 되는 일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전인대 상무위가 10조위안(약 193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확정할 것이라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조위안은 향후 3년 동안 특별 국채 발행 등으로 조달된다. 이 중 6조위안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에, 나머지 4조위안은 유휴 토지와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시장에서는 부양책이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이 우세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정부가 드디어 지갑을 열지만 실물경제 부양보다는 지방정부의 채무 부담 덜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매쿼리의 래리 후 중국 경제 책임자는 지방정부를 위한 부채 스와프 프로그램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실물 경제에서 직접 수요를 창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전에도 이런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당시에도 경기 회복을 끌어내지 못했고 지금도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부채 스와프를 위해 추가로 초장기 국채를 발행할 경우 규모가 1조∼2조위안일 것으로 예상했다.
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지난달 2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내놓는 일련의 부양정책은 소비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내놓을 정책 패키지의 규모는 상당히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