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현실화된 윤 대통령, 대국민 입장 표명으로 탈출구 찾을까

박순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마의 구간’인 10%대로 진입했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레임덕(권력누수)을 피할 수 없는 지지율 구간을 맞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준비 중인 대국민 입장 표명이 지지율 하락의 마지막 탈출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달 중 국민과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건희 여사 논란, 명태균씨와의 통화 등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의혹에 대해서 국민들께 소상하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라며 “국민과의 대화일 수도 있고, 기자회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기는 11월 하순 혹은 말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기자회견 당시 3개월에 한 번씩 기자회견 혹은 국민과의 소통을 하겠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정기적 소통의 성격으로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준비됐다. 하지만 야권에서 ‘공천 개입 스모킹건’이라고 평가하는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음성 공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집권 반환점에 10%대 지지율 진입 등 악재가 겹치면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달 중 어떤 형태로든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달 10일이 임기 반환 시점 아닌가. 기자회견이 됐든, ‘국민과의 대화’, ‘타운홀 미팅’ 등 국민과의 소통 기회를 어떤 형태로든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니다. 국정 지지율이 10%대에 들어가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할 입장이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9%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지난달 29~31일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공천개입 통화 녹음 공개에 따른 파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한국갤럽도 “(명씨와의 통화 음성 공개) 그 반향은 차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문화일보가 지난 1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를 기록했다.

지지율 10%대는 임기 후반에나 나타나는 레임덕 구간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에서도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이 공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고,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하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이나 정부 정책을 안 믿게 되는 구간”이라며 “문서가 새어 나오고, 검찰도 말을 안 듣기 시작하면 국정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 본인의 육성 녹음이 나온 상황 아니냐”며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중진 의원은 “명씨와의 통화 같은 후속타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용산이 선뜻 (윤 대통령의 사과를) 결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역시 자존심을 버리고 나설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추세를 멈추고 반전을 시도하기 위해선 기본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당에서 나온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는 일도양단할 수 있는 돌파구는 없다”며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해서 ‘돌 맞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제일 손쉬운 게 당이랑 손을 잡는 것이고, 제일 어려운 게 국민한테 인정받는 것”이라며 “제일 쉬운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을 윤 대통령이 나서서 봉합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사에 언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1.1%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는 지난달 27~28일 전국 성인 1007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했다.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0.0%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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