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럼피스킨 발생…추가 확산 걱정
인근 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AI 발생 소식에 촉각
전염병 전파 우려에 지역축제도 취소 “방역에 주력”
“소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폭염을 겨우 견뎌냈는데 이제는 전염병이 돈다니 죽을 노릇이네요.”
지난달 29일 찾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A씨(70대)가 하소연했다. 그는 현재 소 5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올여름엔 유난히 길고 지독했던 폭염에 가축들이 상하진 않을까 노심초사 애가 탔다. 이제 겨우 숨을 좀 돌리려나 했더니 전염병 공포가 덮쳐왔다.
전국 곳곳에서 가축전염병이 고개를 들면서 축산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럼피스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의 위기 단계가 현재 모두 ‘심각’이다.
럼피스킨의 경우 경기와 강원 등에서 이미 17건(10월29일 기준) 발생했다.
충남에도 지난달 25일 한우 18마리를 사육하는 당진군의 한 축산농가에서 럼피스킨이 올해 처음 발생했다. 럼피스킨은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고열과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 특징이며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되고, 잠복기는 최대 28일이다.
충남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럼피스킨이 발생했던 지역이라 올해 첫 발병에 긴장감이 더 크다. 지난해 서산을 시작으로 충남지역 9개 시군 41개 농가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해 소 1797마리가 살처분됐다.
홍성군 고암리에 들어서자 ‘축산차량 거점소독시설’에 소독을 받으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소독에 나선 공무원도, 기다리는 농민도 근심 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현장에서 만난 홍성군 축산방역 담당자는 “인근 지역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한 상황이라 가축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소독시설을 찾는 등 현장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독작업을 벌이던 한 공무원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가축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고 했다. 그는 “다음달부터는 소독을 받는 차량이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작년 11월에는 4400여대의 차량이 소독을 받았는데, 소독 받기 위해 시설을 찾은 차량들로 일대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만희 전국한우협회 대전세종충남지회장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럼피스킨 확진으로 한우협회에서 주최하는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며 “잠복기가 최대 28일이기 때문에 감염된 소들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축산농가의 근심을 키우는 건 럼피스킨만이 아니다. 지난달 14일 경기 용인시 청미천 야생조류에서는 AI가, 지난달 13일 강원 화천 한 양돈농장에서는 ASF가 각각 발생, 보고됐다. 충남까지 전염병이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충남에서는 1만2579개 축산농가에서 닭 2998만마리와 돼지 228만마리, 소 49만마리, 오리 13만마리 등 약 3300만마리의 가축을 키우고 있다. 사육 두수로는 경기(3700만마리)와 전북(3549만마리)에 이어 전국 세 번째다.
가축전염병 전파 우려가 커지면서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계획했던 축제도 취소하고 있다.
예산군 관계자는 “지난 1~2일 예산황토사과축제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사과 작황 불량과 인근 지역 럼피스킨 확진으로 행사를 결국 취소했다”고 밝혔다. 홍성군 관계자는 “24시간 거점 소독시설 3곳을 운영하고 공동방제단을 편성·운영하는 동시에 농가들을 대상으로 방역 수칙 등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