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땅으로 쏴주는 친환경 에너지…‘외계인급 기술’ 현실로

이정호 기자

영국 기업 ‘스페이스 솔라’ 우주 태양광 발전소 건설 추진

지구 궤도에 떠 있는 복수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가 자체 생산한 전력 에너지를 전파에 실어 지구의 특정 지역으로 송전하는 상상도. 우주에는 기상 현상과 밤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지구 궤도에 떠 있는 복수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가 자체 생산한 전력 에너지를 전파에 실어 지구의 특정 지역으로 송전하는 상상도. 우주에는 기상 현상과 밤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우주정거장보다 거대한 전지판
지상과 달리 24시간 전력 생산
마이크로파 전파로 지상 송전

2036년 원전 1기 발전량 목표
스페이스X ‘재사용로켓’ 사용
발사 비용 저렴,경제성도 충분

# 지구의 바다와 대륙이 발아래에 펼쳐진 고도 550㎞의 우주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버스만 한 원통형 기계를 앞에 둔 채 수리를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기계의 정체는 천체 관측 장비인 허블우주망원경이다. 솜이불처럼 두꺼운 우주복을 입고 손과 팔을 정밀하게 움직여 예민한 전자장비를 고치는 일은 우주비행사들에게 고역 그 자체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작업이 끝나갈 무렵, 지상 관제소에서 “임무 중지!”라는 다급한 무전이 날아든다. 부서진 인공위성에서 발생한 다수의 잔해가 총탄보다 8~9배 빠른 속도로 우주비행사들을 향해 날아들고 있는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대피할 틈도 없이 잔해는 우주비행사들과 우주선을 향해 폭풍처럼 몰아친다. 생존자는 단 2명, 이들은 대파된 우주선을 뒤로하고 우주복에 달린 소형 추진 장치를 이용해 비슷한 고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이동한다. 2013년 개봉한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그래비티> 도입부다.

영화 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생존의 희망을 품고 향한 ISS는 실존하는 시설이다. 길이가 109m다. 우주에 올라간 인공 물체 가운데 가장 크다. 여기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수개월씩 연구하고, 먹고, 잔다. 그런데 2030년에 ISS보다 훨씬 거대한 인공 물체가 우주로 올라간다. 그런데 용도가 특이하다. 바로 ‘우주 태양광 발전소’다.

지상 태양광보다 전력량 2.4배

지난달 말 영국 기업 스페이스 솔라는 2030년 지구 궤도에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띄워 아이슬란드 현지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회사 공식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현재 인류는 모든 전기를 지구에서 만든다. 재생에너지든 화석에너지든 발전소는 땅과 바다, 강에 존재한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공간에서 전기를 만들려는 첫 시도다.

스페이스 솔라가 계획한 우주 태양광 발전소 길이는 무려 400m다. ISS 길이의 약 4배다. 거대한 덩치에는 이유가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동체에 태양 전지판을 붙여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동체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뜻이다. 중량은 64t이다.

발전 용량은 30㎿(메가와트)다. 대형 풍력 발전기 2기와 맞먹는다. 스페이스 솔라는 2036년까지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띄워 총 1GW(기가와트) 발전 용량을 실현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 1기와 비슷한 능력이다. 지구에도 빈 땅이 많은데 구태여 우주에 태양광 발전소를 띄우려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우주에서는 지상에서처럼 구름이 햇빛을 가려 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일이 없어서다. 우주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구름 같은 기상 현상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비행 궤도를 조정하면 우주 태양광 발전소가 늘 햇빛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구름도, 밤도 없는 곳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쉬지 않고 24시간 돌아간다는 얘기다. 스페이스 솔라는 “지상 태양광 발전소보다 연간 2.4배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에 실려 지표면의 안테나로 무선 송전된다. 우주와 지표면 사이는 워낙 멀기 때문에 전선을 쓸 수 없어 나온 대안이다.

재사용 발사체 덕택에 현실화

사실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미국과 옛 소련, 유럽 등에서 20세기부터 꾸준히 연구해 왔다. 지금에서야 실용화에 속도가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로켓 발사 비용이 낮아져서다.

핵심은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2010년대 후반 재사용 발사체, 즉 여러 번 쏘는 로켓을 상업화했다. 대표 발사체 ‘팰컨9’으로 고도 수백㎞에 이르는 지구 저궤도에 물체를 올리려면 현재 1㎏당 2000달러(약 276만원)가 필요하다. 한 번 쏘고 버리는 다른 우주기업의 1회용 발사체와 비교하면 발사 비용이 10~30%에 불과하다.

스페이스X가 지난달 5차 시험발사한 초대형 재사용 발사체 ‘스타십’은 더 싸다. 150t 화물을 지구 저궤도로 옮길 수 있는 스타십의 1㎏당 발사 비용은 2030년대 수백달러(수십만원), 2040년에는 100달러(약 13만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경제계와 학계는 전망한다.

다만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지구 저궤도보다 정지궤도(고도 3만6000㎞) 주변에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지상에 안정적으로 송전을 하기 위한 최적 고도라서다. 정지궤도는 지표면에서 멀기 때문에 저궤도보다 발사 비용이 높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어떤 1회용 발사체보다 싸다.

스페이스 솔라는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지구 궤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조립할 예정”이라며 “유지·보수 또한 로봇이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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