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탄핵 추진 조병욱 대의원
막말·소통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의료개혁에 대한 해석이 없다는 것
모두 의대 증원에만 집중하지만
‘필수의료 패키지’ 적극 대응해야
“한국 의료에 핵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입니다. 임 회장의 막말이나 소통 부족도 문제지만,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해석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의협이 앞장서서 정책을 제시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임현택 회장 ‘탄핵’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의·정 갈등이 9개월째 이어지고, 의대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학입시가 곧 마무리되는 와중에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인 의협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임 회장 체제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조병욱 대의원(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의협 본연의 역할인 정책 제시가 전무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기 시흥시 한 카페에서 조 대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의사 단체들이 더 뭉쳐야 하는 시기일 수 있는데, 회장 불신임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 회장이 가장 큰 의사단체의 수장을 맡은 상태로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의료 역사가 뒤바뀔 수도 있는 시기인데, 의협 회장의 존재감이 없다. 막말이나 의협 구성원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면도 문제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 의협은 의·정 갈등 상황에서 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줄곧 반목해왔다. 의협 현 집행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이번 사태에서 전공의들이 택한 투쟁 방식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던 것을 멈추고 사직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직으로 인한 영향에 힘을 실어줬어야 한다. 그런데 임 회장은 박단 대전협 위원장과 대립하고, 의대 교수들과만 손을 잡았다. ‘올특위’(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때가 가장 심했다. 아무리 의협 산하단체나 후배 의사들이라도 같이 의논하는 자세였어야 하는데, ‘내가 지시하면 따라만 와’라는 태도로 학생들을 대했다. 올특위 출범 언론 브리핑 몇분 전에야 학생들에게 참여 공문을 보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 의협은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간 정부가 내놓았던 계획들을 보면, 의개특위의 방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의협이 그보다 먼저 전공의들의 7대 요구안을 포함해 정책 제시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전공의와 학생들이 미래에 돌아와도 일할 만한 여건이 된다고 생각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패키지’와 관련해 의협이 더 적극적인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모두가 의대 증원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불제도에서 굉장히 큰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이 의결됐다.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의료재정을 더 투입하거나 의료 소비자인 환자를 통제하는 대신 수가를 조정해 의료 공급자만 통제하는 방식으로 미래 의료비 폭증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개혁에서 정부가 필수의료 영역에 추가 투입하겠다고 한 재정규모는 5년 기준 약 10조원 정도다. 1년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가 100조원 정도인데, 그러면 연간 2% 정도만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대가인 ‘수가’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곱해 결정한다. 환산지수가 인상되면 수가도 올라가는 구조다. 올해는 정부가 환산지수 인상에 들이기로 했던 재정 중 일부만 환산지수 인상에 쓰고, 나머지는 저평가된 필수의료 행위라 판단한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인상에 투입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재정을 아끼기 위해 ‘쪼개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임 회장 불신임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의협 내부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는 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 의협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 추진되고 있는 ‘필수의료 패키지’와 같은 정부의 ‘의료개혁’이 진행되면서 변화될 의료환경을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이에 대한 대응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