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K리그1 ‘입성’…안양 “서울 나와라”

이정호 기자
안양FC 선수들이 지난 2일 K리그2 우승 플래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양FC 선수들이 지난 2일 K리그2 우승 플래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04년 안양 LG, 서울로 연고 이전
팬들 불매운동·삭발투쟁으로 싸워

시민구단 20년 만에 감격의 ‘승격’
내년 시즌 ‘흥미진진한 더비’ 기대

2017년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 K리그1 FC서울과 K리그2 FC안양전. 앞선 시즌 K리그 정상에 오른 서울의 객관적인 전력상 절대 우위가 점쳐진 이날 경기였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마치 유럽 축구장을 보는 듯 뜨거웠다.

안양 원정 서포터스들은 화약과 총포류를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다는 축구협회의 규정을 어기면서도 킥오프에 앞서 대규모 홍염과 팀의 상징 색깔인 자주색 연막탄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절대 FC서울에 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였다.

서울의 전신은 안양을 연고지로 한 안양 LG 치타스다. LG는 2004년 1월 서울로 연고 이전을 선언했고, 축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안양 축구팬들의 충격과 허탈감이 컸다. 불매운동, 삭발투쟁 등에도 연고지 이전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의 시민구단 안양은 팬들의 식지 않은 열정이 모여 2013년 창단해 K리그2(챌린지)에 가세했다. 그리고 안양팬들은 2025시즌 감격적인 순간을 맞는다. 서울의 연고지 이전 후 정확히 20년이 흐른 뒤 안양이 창단 11년 만에 K리그1 승격의 꿈을 이뤘다.

안양은 지난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부천FC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에 필요한 승점 1점을 채웠다. 세 번의 플레이오프(PO) 진출에도 K리그1 승격에 실패했던 안양의 첫 리그 우승이다. 안양은 이 우승으로 K리그1에 다이렉트로 승격한다.

K리그1에서 펼쳐질 안양과 서울 간 ‘연고이전 더비’는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7년 전 첫 맞대결이 펼쳐진 FA컵에서는 안양이 의욕만으로 서울의 화려한 멤버를 넘기 역부족이었다. 안양은 서울에 0-2로 졌다.

서울은 안양을 떠난 뒤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해 4차례 K리그 정상,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K리그 대표 구단으로 자리 잡은 강팀이다.

‘골리앗’ 서울에 맞설 ‘다윗’ 안양은 K리그2에서 가장 적은 실점을 내준 팀(34골)으로 탄탄한 수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하위권의 득점력(49골)에 보강이 필요하다. 최다 득점자는 마테우스로 7골밖에 안 되는데, 대신 다양한 루트로 득점에 성공했다.

프로 첫 사령탑으로 안양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에 6위였던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끈 유병훈 감독은 팀워크가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들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날 부천종합운동장 원정석에 앉은 2000여명의 안양 팬들 앞에서 우승을 확정한 유 감독은 팀의 창단 멤버로도 그 의미가 각별했다. 유 감독은 “(안양 창단에) 청춘을 바친 팬들 덕에 안양이 있다. 그분들께 청춘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K리그1에 흥미진진하면서도 거대한 ‘스토리’의 무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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