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거리 나선 청소년들에 나이지리아, ‘반역죄’로 재판

최혜린 기자
<b>그저 밥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b> 지난 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연방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생활고를 호소하며 시위를 벌인 미성년자들이 출석해 있다.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그저 밥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 지난 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연방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생활고를 호소하며 시위를 벌인 미성년자들이 출석해 있다.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생활고를 호소하는 집회가 꾸준히 열린 나이지리아에서 시위 참여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가운데 미성년자 수십명도 ‘반역죄’ ‘선동죄’ 등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뱅가드와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있는 연방고등법원에 지난 8월 생활고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구금된 이들이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AP통신이 입수한 기소장에 따르면 이번 재판에 나온 피고인은 총 76명으로, 14~17세 미성년자도 29명 이상 포함돼 있다. 이들은 반역죄, 공공재물파손죄, 내란 선동죄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이번 재판의 피고인들은 최대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1970년대에 사형제를 도입했지만 2016년 이후로 집행되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변론이 열리기 직전 미성년자 4명이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변호를 맡은 마샬 아부바카르는 “아이들은 90일 동안 음식도 없이 구금돼 있었다”며 “미성년자를 교육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아이들을 처벌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 8월부터 극심한 생활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인구의 40%가 빈곤 상태에 빠졌다. 반면 부패한 정치인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어 민심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나쁜 통치를 끝내자”는 구호를 내걸고 거리로 나왔지만, 강경 진압으로 23명 이상이 숨지고 약 700명이 구금됐다.

현지 인권단체 ‘이너프이즈이너프’는 “청소년들이 ‘배가 고프다’고 외친 혐의로 감옥에 갇혔다. 이는 제도적 아동 학대”라며 “아이들의 자리는 감옥이 아니라 학교”라고 지적했다.


Today`s HOT
5년 넘게 재건축 끝에 모습을 드러낸 노트르담 많은 선수가 참가하는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훈련 2024 베네수엘라 미인대회 미국에서 일어난 규모 7.0의 지진
브라질의 낙태 금지 개정안에 대해 시위하는 국민들 모스크바 레드 스퀘어에서 열린 아이스 링크 개장식
엘살바도르 광대의 날 기념행사 성지를 방문해 기도 올리는 무슬림 순례자들
뉴욕 테니스 경기 우승자, 엠마 나바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적들 식량난을 겪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양국 관계 강화의 시도, 괌과 여러 나라를 방문한 대만 총통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