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열광시킨 ‘수학천재’ 소녀 씁쓸한 결말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수학경시대회 12위로 결선 진출 화제

대회 예선전에서 ‘교사와 상의’ 적발

교사 징계…“미성년자에게 관용을”

장핑/CCTV

장핑/CCTV

중국에서 열린 국제 수학경시 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해 화제가 된 직업학교 학생 장핑(17)이 예선에서 대회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조직위원회는 전날 대회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장쑤성 롄수이 중등전문직업학교 학생인 장핑이 채점 결과에 따라 수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어 “조사 결과 교사 왕모씨가 예선전에서 자신의 지도학생을 도우며 ‘타인과의 토론 금지’ 규정을 어겼다”며 대회 관리 부실을 사과했다.

장핑은 지난 6월 열린 수학경시대회 예선에서 12위를 기록해 결선에 진출했다. 장핑은 결선 진출자 30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으며 직업학교 학생이 이 대회 결선에 오른 것도 처음이었다. 대회에는 17개국에서 온 801명이 참가했으며 결선 진출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 등 유명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장핑을 지도한 교사 왕씨는 125위였다.

장핑의 결선 진출은 중국 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국중앙TV(CCTV),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이 앞다퉈 장핑을 ‘천재 소녀’로 묘사하며 소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장핑의 결선 진출이 실패한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낙인이 있는 직업학교에 희망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핑은 곧바로 대리시험과 부정행위 의혹에 휘말렸다. 일부 네티즌은 대회 운영이 허술했다며 재채점까지 요구했다. 대회는 48시간 동안 온라인 오픈북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규정상 온·오프라인 자료를 열람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타인과 상의하는 것은 금지됐다. 현장 통제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장핑의 결선 진출이 논란의 대상이 되자 관영매체들은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장핑에 대한 의혹 제기 자체가 학벌주의의 폐해를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뛰어난 수학 재능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과욕으로 묻혀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다. 롄수이 직업학교는 교사 왕씨에게 경고하고 올해의 우수 교원 자격을 박탈했으며 “대중은 미성년자에게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명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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