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 무시가 참을 수 없는 수준”
혁신당 “정부 살림살이 설명도 내팽개쳐”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고집불통’을 지적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시정연설은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예산 편성 기조와 주요 정책 방향을 국민께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대통령께서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국회에 대한 존중인데, 불가피한 사유 없이 연설을 마다한 것은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의료 대란’ 등 최근의 민생위기를 거론하며 “국민은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권리가 있고 대통령은 국민께 보고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는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로, (당시) 불참의 이유도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 국민이 위임한 국정운영의 책임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무겁게 직시하기 바란다”라며 “오늘 대독 시정연설이 끝난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연설했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정 기조를 전환하라는 국민의 요구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대통령의 시정 연설 불참은 11년 만이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대통령의 시정연설문을 대독했다.
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를 비판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개원식 불참에 이어 국회 무시가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취임 이후 거부권 남발로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더니 이젠 대놓고 국민과 싸우겠다며 구중궁궐에 틀어박힌 대통령의 고집불통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실은 ‘시정연설이 정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강변했다”라며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이 정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되었는데 뻔뻔하게 억지를 부리는 용산의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다”고 덧붙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에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대통령이, 내년 정부 살림살이를 설명하는 자리도 내팽개쳤다”라며 “공무에 대한 태도는 물론, 행정부 수장으로써 국회를 응대하는 데 최소한의 품위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대통령의 행태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정권이 처한 실태와 너무도 거리가 먼 ‘희망차고 빛나는 국정’을 묘사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정신승리’를 넘어 나치식 ‘정신개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