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거나 상습적이면 3년 최고형 선고’···동물학대 엄벌 양형기준 마련

유선희 기자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다수의 동물을 대상으로 반복해서 학대하면 최대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동물학대 범죄가 계속됨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양형위는 지난 1일 135차 회의를 열고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고 4일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형인자(감경·가중)를 정해둔 것이다.

양형위는 지난 6월 전체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유형을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나눠 형량을 권고하도록 하는 큰 틀을 마련했다. 이번 회의에선 특별 가중영역 등 구체적인 형량기준 설정안을 심의해 양형기준안을 새로 마련했다.

양형위는 우선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의 경우 기본 법정 형량을 ‘징역 4개월~징역 1년, 벌금 300만~1200만원까지’로 권고했다.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기본 ‘징역 2~10개월, 벌금 100만~1000만원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동물을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한 범행,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가 있고 잔혹한 수법으로 범행한 경우 등에 대해선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가중요소’로 판단하도록 정했다. 반면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르거나 참작할 만한 범행동기가 있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진 경우 등은 ‘감경요소’로 설정했다. 참작사유가 있더라도 죄질이 불량하면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 범위 상한을 2분의 1까지 특별 가중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지난 6월 입양한 동물 11마리를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의 경우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는데, 이번 대법원 양형기준이 시행되면 최대 3년형의 징역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남성이 범행을 반성하고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범행이 오래전부터 계속됐고 많은 동물을 죽였다는 점 등은 특별 가중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물보호법으로 동물학대를 처벌해 왔지만 양형기준은 따로 없었다. 이 때문에 양형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양형위 관계자는 “동물학대 사건 발생 빈도가 증가했고,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불합리한 양형편차를 없애고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양형기준을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지난 회의 당시 결론을 내지 못한 사기범죄 양형기준안 중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특별 가중인자 설정 방안도 추가로 심의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특별 가중인자에 ‘보험사기 범행에서 의료, 보험의 전문직 종사자가 직무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를 추가했다. 양형위 관계자는 “의료, 보험의 전문직 종사자가 직업·윤리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전문 지식과 경험을 악용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른 경우 비난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Today`s HOT
시드니 풋볼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호주 선수들 아름다운 선행, 구조 대원들에 의해 살아난 동물들 페르시아 새해를 앞두고 이란에서 즐기는 불꽃 축제 베르크하임 농장에서의 어느 한가로운 날
북마케도니아 클럽 화재, 추모하는 사람들 밤새 내린 폭우, 말라가주에 목격되는 피해 현장
산불이 일어난 후 쑥대밭이 된 미 오클라호마 동물원에서 엄마 곰의 사랑을 받는 아기 곰 '미카'
가자지구에서 이프타르를 준비하는 사람들 최소 6명 사망, 온두라스 로탄에 비행기 추락 사건 220명 사망, 휴전 협상 교착 상태서 공습 당한 가자지구 케냐를 국빈 방문한 네덜란드 국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