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한 여성 대학생이 대학 캠퍼스에서 속옷 차림으로 히잡 단속에 저항하다 체포됐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 테헤란에 있는 이슬람아자드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한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영상이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했다. 영상에는 거리를 거닐던 그에게 소형 자동차가 접근하고, 차에서 내린 남성들이 그를 붙잡아 차 안으로 밀어 넣고는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SNS에선 이 학생이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끌려가 실종됐다, 도덕경찰이 학생을 먼저 공격했다 등의 이야기가 퍼졌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이란 지부는 “지난 2일 이 학생은 복장 규정의 부당한 집행에 항의한 뒤 폭력적으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란 학생 채널 ‘아미르 카비르’ 역시 “바시지민병대가 그의 히잡과 옷을 찢었다”며 해당 학생이 캠퍼스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전했다. 바시지민병대는 IRGC 산하의 자발적 준군사조직이다.
반면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경비원 두 명이 해당 학생에게 차분히 말을 건넸으며 복장 규정을 준수하라고 경고한 뒤 학생이 옷을 벗었다”고 보도했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은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으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당국이 해당 학생에 가혹행위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 사토 유엔 이란인권특별보고관은 “당국의 대응을 포함해 이 사건을 자세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즉각 석방과 변호사 조력 허용을 촉구하며 “체포 당시의 폭력 혐의에 대해선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란에선 2022년 대학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했다. 이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당국이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며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이후에도 종종 여성들의 저항이 표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