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용근로소득에 건강보험료(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부담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일용근로소득은 건강보험법상 건보료 부과대상이지만 그간 저소득으로 간주해 보험료를 걷지 않았다.
정부 “일용근로소득에 보험료 부과 검토”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건보당국은 일용근로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일용근로자는 동일 고용주에게 3개월 미만의 기간 동안 노동을 제공하며 일급 또는 시급을 받은 근로 형태를 의미한다. 일용근로소득은 일용근로자가 일급 또는 시간급 등으로 받는 급여다.
건강보험법상 건보료는 이자소득·배당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 등에 부과된다. 일용근로소득 역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속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건보료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간 한국에서 일용근로소득은 저소득·취약계층 소득이라는 인식이 강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 2월 ‘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할 당시만해도 보험료 부과 확대 방안으로 ‘이자·배당’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건보료 납부에 초점을 맞췄다. 이자·배당 등 일시 소득이 발생하면 소득 발생 시점에 자진 신고하고 건보료를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납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발굴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일용근로소득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용근로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일용근로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해 연간 일용근로소득 5000만원 초과 근로자 수는 33만7763명으로, 총 소득금액은 22조6606억원이었다. 외국인 근로자 수는 총 45만8678명, 소득금액은 9조961억원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용근로소득 중에는 저소득부터 고소득까지 다양한데 모든 일용근로소득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며 “보험료 부과를 어느 소득 수준부터 할 것인지 기준 설정 등 논의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제부터 검토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9억8000만원 일용근로소득 올린 외국인, 건보료 면제
외국인 일용근로자들이 건보료 면제효과를 누리는 점도 제도 보완의 필요성에 영향을 미쳤다. 건보공단이 집계한 고소득 일용근로자 현황 자료를 보면, 외국인 A씨는 일용근로소득으로 9억8000만원을 벌었지만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외국인 B씨는 일용근로소득으로 3억원을 벌었고, 사업소득도 1억6000만원에 달했다. 건보당국은 사업소득 1억6000만원에 보험료를 부과했을 뿐 일용근로소득 3억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걷지 못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용근로소득에 건보료 부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2022년 귀속소득 기준 일용근로소득자 654만명에 건보료 부과를 적용해보니 연 1조2067억원의 추가 재정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