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윤석열 정부]②
인사 논란
윤석열 정부의 인사 철학은 ‘책임’보다는 ‘독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 국무위원들이 각종 논란에 낙마하는 일이 거듭되자 야당과 여론의 비판에 귀를 닫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국민을 향한 설득 노력은 생략됐고 반노동, 반인권적 인사들이 주요 정부 기관에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인사의 기준을 “오로지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후보자들의 각종 논란을 인지하고도 지명을 강행했다가 여론 비판에 후퇴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자녀의 아빠찬스 의혹, 교수 시절 제자 성희롱 발언, 자녀 학폭 논란 등으로 사퇴하는 후보가 잇따랐다.
정부는 부실 검증 논란을 피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국회가 요구하는 인사청문 자료의 제출을 최소화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우 음주 운전,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국회 원구성이 지연되자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각 부처 인사청문 준비단에 합류했던 공무원들 사이에선 “청문회 대비 자료를 잔뜩 준비해뒀는데 어느날 윗선에서 자료를 웬만하면 국회에 제출하지 말라고 하더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임명을 강행한 인사청문 대상자는 총 29명이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신원식·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등 기관도 광범위했다. 문재인 정부(23명),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윤 대통령은 여론 비판을 의식하지 않고 코드를 맞출 만한 강성 인사들로 요직을 채웠다. ‘공영방송 정상화’ 기치 아래 윤석열 정부의 3번째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은 과거 “MBC를 국민에게 돌려주려면 중도적·중립적 인물이 사장으로 오면 안 된다”고 말한 인물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했다. 김용원·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은 “인권장사치” “기레기” “기저귀 차는 게이” 등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뉴라이트 논란이 불거진 인사들도 적극 기용됐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명’에 이름을 올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뉴라이트 학자들 모임인 교과서포럼에 참여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뉴라이트재단 이사로 활동했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도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됐다.
반면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는 인색했다. 당장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인사는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9일 만인 2022년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국자의 책임은 법적인 책임에 국한됐고, 정부 차원의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주장은 ‘그냥 막연한’ 책임론으로 치부됐다. 그 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기각하자 업무에 복귀,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인재풀이 제한되면서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도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8월 안보라인 3명 동시 인사를 단행했는데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안보실장은 7개월 만에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겼다. 김대기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은 물러난 지 10개월 만에 주중 대사로 내정됐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의 출발은 적재적소에 전문성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인사’로부터 출발한다”며 “잘못된 인사에 따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역사적·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인사들을 교체해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수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