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을 밝혔다.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거나 또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느닷없이 폐지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입법 논의를 백지화시킨 결정으로 민주당은 조세정의 원칙을 저버렸고,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 수용을 밝히면서도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이 맞다”는 전제까지는 부인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형평성을 구현하고 자본소득에 대한 불철저한 과세로 왜곡된 자본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고 쥐꼬리만 한 예금이자에도 철저하게 세금을 매기면서도 5000만원이 넘는 주식과 채권의 매매 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특혜이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부의 불평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과 주가 상승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250만원 이상의 해외 주식 차익에 대해 20%가 넘는 세금을 매기는데도 해외 투자를 늘리겠는가.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 때문임을 모르는 이가 드물다. 이 대표는 금투세를 포기하되 주주권리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에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이미 국회에서 합의한 금투세마저 폐기하면서 여야가 협의도 하지 않은 상법 개정을 무슨 수로 관철시키겠다는 것인가.
결국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것은 당대표 연임 후 외연을 확장해 차기 대선에 대비하려는 정략임이 명백하다. 하지만 금투세는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2020년 입법을 주도한 정책이다. 민주당은 소수 주식부자들을 위해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해온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에 동조하고 말았다.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언제든 원칙과 가치를 팽개치는 정략 정치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