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에도 변화 없어 우려”
전문가 “세제정책 누더기”
기업 수익성·세금 무관 지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힌 4일 증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인식에 반등했다. 다만 세금 이슈와는 별개로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 기업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투세 폐지로 자본시장 세제정책은 누더기가 됐다”며 “국가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6.61포인트(1.83%) 오른 2588.97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코스닥은 3.43%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모두 순매수했지만,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온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841억원, 5408억원을 순매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공매도 금지 당시 첫날에만 반등하고 다음날 원상복구됐다”며 “금투세 폐지가 테마주처럼 시장을 움직이는 것일 뿐, 주식시장이 따지는 기업의 수익성에는 세금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은 사실상 유권자라 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이것마저 오판이었음이 오늘 증명됐다”며 “금투세 반대론자들에 따르면 오늘 코스피는 폭등했어야 하지만 고작 1.83% 상승하는 데 그쳤고, 금투세 과세 대상인 개인투자자들이 대량 매입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대량 매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수급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투세보다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정책 불확실성을 한국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열린 ‘한국자본시장컨퍼런스’에서 존 준 마이알파자산운용 한국 총괄은 “(기업의 자금이) 한 주주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다는 문제가 있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부재하다는 거버넌스 문제가 많아 상법 개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걱정은 밸류업 계획을 갖고 나오는 기업이 많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이 없다면 기업 대부분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게 우려점”이라고 했다.
피터 스타인 아시아증권산업 금융시장협회(ASIFMA) 최고경영자(CEO)는 “선경고 없이 (공매도 금지가) 전체 시장으로 확대된 점은 아쉽고, 금지조치도 연장되면서 정책에 불확실성이 있었다”며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겠다는 우려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증시 저평가 요인은 여전한 만큼 증시 부진을 이유로 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것은 부적절하며, 조세 원칙과 자본시장 선진화에 역행했다는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과 일본에서는 주식의 양도차익(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대만·중국 등 중화권 국가들은 양도차익에 비과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