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직접적으로 “그만두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문체부 발표의 처음과 끝은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지난 7월부터 벌여온 감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 최현준 감사관은 “최근 축구협회 행정에서 절차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독단적인 행정이 발견됐다”며 “정 회장을 비롯해 상근부회장, 기술총괄이사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 징계(해임, 제명 포함)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 감사관은 “권고가 아니라 요구”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 등 협회 직원뿐만 아니라 축구계 전반적인 사건과 사고 연루자에 대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곳은 축구협회 산하 독립적인 기구인 스포츠공정위원회다. 최 감사관은 “만일 공정위원회가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협회가 정상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때까지 국민 여망을 담아 보조금 제한 등 정책적인 수단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체부는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 위반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관련 업무 처리 부적성 △승부조작 관련 축구인 사면 부당 처리 △비상근 임원에 대한 금여성 자문료 지급 △축구 지도자 강습회 불공정 운영 등을 중징계 요구 근거로 들었다.
센터 건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체부가 주무 부처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황도 확인됐다. 최 감사관은 ‘센터 건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체부도 적극적으로 협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로서 잘못한 게 있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향후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는 경고, 주의 등을 조치했다”고 말했다. “협회가 보낸 이메일을 공무원이 확인하지 않았다” “협회 논의 요청을 받는 다음날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갔다”는 해명은 군색하게 들렸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최 감사관은 “홍 감독과 계약을 유지하든 파기하든 등은 협회의 몫”이라며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협회에 요구했다. 이날 문체부 보도자료에는 제도개선, 시정 등 조치는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돼 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기계적으로 선임 과정을 재현하는 것은 촌극에 가깝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감사에 대한 마지막 단계를 마쳤다. 공은 4선 도전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정몽규 회장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