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전반기 국정 운영의 성과와 후반기 국정 방향에 대해 설명한 뒤, 회견에서 질문 분야와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임기 반환점이 지난 이달 말쯤 기자회견 등을 계획했지만 국정 지지율 20%대가 붕괴하는 등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일정을 앞당겼다. 이미 국정 동력을 상실한 윤 대통령은 본인이 하고픈 말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말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숱한 의혹에 더해 명태균씨 사태가 터지면서 정상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왜 민심이 등을 돌렸는지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윤 대통령은 5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도 “저항에 맞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는데, 국민들은 이런 말을 듣자고 윤 대통령 담화와 회견을 주목하는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국정에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국정 난맥에 대한 뼈에 사무치는 반성으로 시작해야 한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밝히고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박절하지 못해서” 식으로 어설픈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거나 “앞으로 잘하겠다” 같은 막연한 말은 국민의 화만 돋울 뿐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 의혹에 대해서도 한 치의 의문이 남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혹여 윤 대통령의 해명이 거짓으로 탄로날 경우 민심은 완전히 떠나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국민은 항상 옳다’고 말했지만, 이내 오만·불통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이번만큼은 달라질 거라는 믿음을 주려면 김건희 특검법을 받겠다고 자청해야 한다.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은 곁가지일 뿐이고, 이제 검찰 수사를 믿는 국민도 없다. 윤 대통령이 한사코 김 여사를 감싼다면 여당도 ‘특검 수용’이란 민심의 명령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아부와 아첨만 일삼는 내각과 대통령실을 전면 개편해 국정을 일대 쇄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혀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견을 임기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민심을 수습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야 한다. 끝내 국민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면, 퇴진·탄핵을 요구하며 커지는 촛불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