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 측 “스스로 방어할 정도의 증거물 가지고 있다”
대검, 검사 4명 증원…‘김 여사 특검 여론 차단’ 해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사진)가 8일 검찰에 출석한다. 명씨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5일 명씨가 최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아 8일 오전 10시 창원지검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자신을 방어할 정도의 증거들은 다 가지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정리해 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씨의 검찰 출석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7일) 다음날이다. 명씨 측이 대통령의 담화 내용과 수위 등을 지켜본 뒤 검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출석일을 정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명씨는 2022년 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측으로부터 세비 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앞서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창원지검에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고발하고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5명을 수사 의뢰했다.
강씨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공천을 받았고, 공천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6일부터 창원지검 수사팀에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 인훈 울산지검 형사5부장과 평검사 2명 등 총 4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기존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 소속 검사 5명에 지난달 17일 파견한 대검과 부산지검 소속 공안통 검사 2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늘었다. 대검은 수사팀에 계좌추적 전문 수사관 2명도 파견한 상태다. 특별수사팀 명칭을 달진 않았지만 이에 준하는 규모다.
검찰의 뒤늦은 증원 조치를 놓고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쏠린 여론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검은 공천개입 의혹이 연일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해 수사팀 인력을 늘렸다고 밝혔다. 인력 확충을 계기로 명씨 등이 제기하는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당초 창원지검은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관위가 고발한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 지난 9월 강혜경씨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 사실상 사건을 방치해두고 있었다. 이에 검찰의 뒤늦은 수사팀 확대가 특검 여론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창원지검 수사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조민우)는 지난 20대 대선과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의혹으로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명씨와 함께 고발당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창원지검으로 이송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창원지검 수사 경과와 명씨 등 사건 관계인들의 추가 폭로 내용 등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정식으로 꾸려 수사를 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직 대통령 부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여서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김 전 의원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창원지검에서 수사하고, 이 수사가 끝나면 공천개입 의혹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현재로선 창원지검 수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어느 곳에서 수사하느냐와 상관없이 김 여사를 잇따라 불기소 처분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