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 협력 MOU’ 가서명…체코 수주 무관 ‘하나 마나’ 논란

김경학 기자

석 달 협의에도 진전된 내용 없어

산업부도 체코 사업과 무관 인정“

미국의 립서비스에 불과” 분석도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과 협력에 관한 원칙을 담은 업무협약(MOU)에 가서명했다고 5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협의의 시작점이자 현재 논란이 되는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MOU로, 미 대선을 하루 앞두고 받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국무부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협의해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MOU’에 가서명했다는 내용으로 이날 오전 1시30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같은 시각 미국 에너지부도 ‘미국과 한국, 원자력 협력에 대한 임시 약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MOU가 담고 있는 원칙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정부 차원에서 민간기업의 원자력 수출 통제 관리를 강화하는 것, 둘째는 양국 민간기업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금번 성과는 그간 양국이 구축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것으로, 최종 서명 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원전 수출 협력이 긴밀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MOU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지난 7월 이른바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부터다. 한국에 원전 기술을 전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자사 허락이나 미국 에너지부 신고 절차 없이 한국이 제3국에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는 수출 통제 문제를 체코 정부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내년 3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 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이날 공표된 것이다.

약 3개월간 집중적으로 협의했음에도 크게 진전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법적 구속력 없는 MOU인 데다 가서명임에도 이날 서둘러 발표한 건 미국 정부 입장이 대선 이후 급변할 수 있고, 본계약 체결 전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을 봉합하길 바라는 체코 측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체코전력공사 등 체코 원전 발주사 대표단 60여명은 오는 11일 한국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실체나 내용은 없는 여론 조성 차원의 발표”라며 “미 대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받아낸 립서비스 수준의 MOU”라고 평가했다.

협의를 주도한 부처인 산업부도 체코 원전 사업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MOU라고 인정했다. 다만 수출 통제와 관련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효과’와 양국 정부가 원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분위기 전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발생한 분쟁 이슈와) 엄밀하게 말하면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며 “현존하는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독려하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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