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도서·반국가적 자료 등 반입·이용 제한 취지
시민사회단체 “규정 모호, 도서 검열 정당화 안 돼”
충남도의회가 어린이·청소년 유해 도서나 반국가적 자료 반입·열람을 제한한다는 취지로 ‘충남 도서관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도서 검열 조례’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이상근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남도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5일 시작된 제356회 정례회에 상정돼 다음달 심의를 앞두고 있다.
조례 개정안은 충남도가 설립해 운영하는 충남도서관이 도서관 자료 선정을 위해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반국가적·반사회적·반윤리적인 내용의 자료가 반입되거나 이용자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어린이·청소년 도서 선정 시에는 발단단계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도서를 선정하고, 청소년 보호 관련 기관·단체나 30명 이상이 서명해 청소년 유해여부 확인을 요청하면 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자료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이 의원 등은 “최근 어린이·청소년 도서 중 일부 내용의 유해성 논란이 제기돼 도서관 자료 선정과 이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도서관 자료 선정과 이용 제한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조례 개정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조례 개정을 통해 신설되는 조항이 도서 검열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40여개 단체는 의회에 제출한 반대의견서를 통해 “도의회가 입법 예고한 조례 개정안은 검열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동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 이유인 ‘유해성 논란’ 이전에 검열의 위험과 지적 권리 침해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그러면서 조례 개정안에 자료선정실무위원회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전문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반국가적·반사회적·반윤리적 자료’ 반입 제한도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도서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조례 개정 반대 이유로 들었다. 어린이·청소년 도서에 대해 기관·단체나 30명 이상 요구가 있을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특정 종교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는 “보수개신교 세력이 차별적 입장으로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유해성 도서로 지목하고 있고, 충남에서는 지난해 도지사 지시로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열람 제한하는 사태도 있었다”며 “경기도 학교 도서관에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폐기된 사건이 재조명돼 검열과 공공성 침해 문제가 논란이 된 상황에서 검열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동할 위험이 있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지난해에도 일부 도의원이 도서관에 비치된 성교육 도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김태흠 충남지사가 일부 도서에 대한 열람 제한 조치를 지시해 논란이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