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임신하는 평균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난임이 증가하면서 쌍둥이(다태아)를 임신·출산하는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했다면 ‘쌍둥이 수혈증후군’ 발생 비율이 9~15%에 달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통계청의 ‘2023 출생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쌍둥이를 비롯한 다태아 출생이 전체 출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5%다. 2003년 2.0%, 2013년 3.3%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다태아 출생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결혼과 임신·출산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난임 등의 이유로 체외수정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난 현상과 맞물려 있다.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다태아 임신 가운데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하나의 태반을 공유하는 쌍둥이 태아 중 한 태아는 다른 태아로부터 과도하게 많은 혈액을 받게 돼 심장에 부담이 커지는 반면, 다른 태아는 반대로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두 태아 모두 신체 상태가 악화된다. 쌍둥이 사이의 혈관 연결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이런 혈류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각 태아는 심장 부담, 신장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사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태아 생존율은 크게 향상되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두 태아 모두 사망할 위험이 매우 커진다.
진단을 위해선 두 태아 간 양수량 차이로 한 태아에겐 양수과다증이, 다른 태아에겐 양수과소증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양수량의 불균형과 태아 간 성장 차이, 태아 심장 기능 이상 등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확진한다. 김호연 고려대 안산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우선 일란성 쌍둥이인지 임신 초기에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란성 쌍둥이에서 발생하는 쌍둥이 수혈증후군은 조기 발견을 통해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데, 주기적인 산전 진찰과 초음파 검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법은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5단계로 구분되는 병의 진행 단계 중 1단계인 초기에는 태아 상태를 집중적으로 지켜보면서 자연히 호전되는지 지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2단계 이상의 중증이라면 자궁 내 태아내시경 레이저 치료나 조기 출산 등의 적극적인 치료방법이 필요하다. 태아내시경 레이저 치료는 태반에서 두 태아 사이에 연결돼 있는 혈관을 차단해 혈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임신 16~26주 사이에 권장하는 방법이다. 치료 후 평균 출산 시기는 임신 32~34주 사이로, 대부분 조산을 한다. 송관흡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내시경 레이저 치료는 최근 의료계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