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고를 졸업한 학생 4명 중 1명만 취업하고, 절반 가까이는 대학 진학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큰 현장실습 사고 이후 줄어든 취업자 수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산업구조와 일자리의 질 등을 복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6일 ‘2024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6만3005명 중 취업자는 1만6588명이었다. 올해 전체 졸업자 중 취업자 비중은 26.3%로 2022년 29.6%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진학자, 입대자 등을 빼고 계산한 취업률도 올해 55.3%로 2022년(57.8%)보다 낮아졌다. 특히 서울(50.4%)·경기(51.9%)·인천(49.9%) 등 수도권 지역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진학률은 2020년 42.5%에서 올해 48%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졸업자 5명 중 1명(21.3%)은 취업을 하지 않아 지난해(21.7%)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교육부는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자 비중은 줄었지만 취업한 사업장의 질은 좋아졌다고 했다. 졸업생들이 취업한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취업률은 2020년 23.4%에서 2024년 34.5%로 증가했다. 다만 여전히 10명 중 3명(30.9%)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취업했다.
직업계고 운영 취지와 달리 대학 진학자가 증가한 이유로 교육부는 ‘현장실습 사고’를 꼽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4일 사전 브리핑에서 “현장실습 사고 이후 (학교에선) 학습 위주로 하고. 현장실습을 꺼리면서 실습 참여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학력을 중시하는 문화, 자녀 수 감소에 따라 진학을 희망하는 부모가 늘어난 점 등도 직업계고 학생의 진학 이유로 꼽혔다.
직업계고 현장에서는 산업 생태계 변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으려면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학령 인구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일부 대학은 직업계고 학생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윤경희 안양문화고 교감은 “학생들이 (진학을 해) 공부를 더 해야만 나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직업계고 교감은 “현장실습 사고도 결국 열악한 취업 현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고 때문에 학생들이 취업을 안 하다기보단, 사고 위험이 적은 사업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