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성과 앞세울 때가 아닌데···담화도 전에 감점 쌓는 윤 대통령

박순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시작 전부터 감점 요인을 쌓고 있다. 연이틀 이어진 국정 성과 발표 뒤 기자회견을 배치한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 중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됐고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행정관은 대통령실 업무에 복귀시켰다. 기자회견을 당기는 과정에서도 친윤석열(친윤)계 의견만 선택적으로 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징계 여당에서조차 “아직도 자존심 세울 때냐”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강원 춘천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제8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강원 춘천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제8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6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임기 반환점(오는 1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10개의 외교 성과를 강조했다.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체계 출범, 공동이익의 한·중 관계 정착, 전방위 경제외교, 힘에 의한 평화 구현, ‘8·15 통일 독트린’ 발표 등이다.

김 차장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에 따라 우리 안보·경제 이익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협력 방안을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남북 정책을 두고는 “북한 핵 문제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안보 전체를 위협하는 공통 과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했다”면서 “남북 정권간 일시적 선언이나 타협이 이끄는 대북 안보 정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는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약 95분간 브리핑했다.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등 정책라인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성과로 4+1(노동·연금·교육·의료+저출생) 개혁과 첨단산업, 경제, 사회 등 4개 분야 18개 정책을 꼽았다.

연이은 성과 브리핑은 예정된 일정이지만 윤 대통령 기자회견과 맞물리면서 회견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우리는 정책에서 정말 잘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잘 몰라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성과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 명태균 논란 같은 의혹 해명과 사과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앞서 밝힐 대국민담화에서도 국정 성과를 강조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사과만 오로지 진정성 있게 해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강기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마치고 전날 대통령실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행정관은 지난 6월 서울 용산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강 행정관은 지난달 16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 9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고 직무에서 배제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앞서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으로 강 행정관 등 8명을 지목해 인적쇄신을 요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당기는 과정도 ‘급하지 않다’는 느낌을 줬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실은 이달 말로 예정했던 국민과의 대화 혹은 기자회견을 오는 7일로 당겼다고 밝혔다. 이는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와 대통령실 참모진의 제안을 윤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결과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한동훈 대표의 요구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담화를 어떤 경위로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밝히는 모습도 저는 정치이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담화 발표에 대한 모습은 국민들이 바라볼 때는 기존과 달라진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한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 수술받지 않으면 큰일 나는 상황인데 수술 안 받겠다고 하다가 의사가 누구냐를 또 따지고 있는 꼴”이라며 “필요하면 누가 시키든 해야 되지 않느냐. 기분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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