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론소의 레버쿠젠 ‘4 대 0’ 격파
“위험 감수하며 중원 1 대 1 싸움”
포지션 바꾼 빌드업에 뒷심 빛나
후반 디아스 첫 골…해트트릭도
“우리는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공을 탈취하면 곧바로 전진한다.”
아르네 슬롯은 리버풀(잉글랜드)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이렇게 선언하며 자신의 축구 철학을 분명히 했다. 그는 6일 홈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많은 팬이 위르겐 클롭 감독 후임으로 가장 바랐던 사비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레버쿠젠(독일)을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며 그 약속을 결과로 입증했다.
페예노르트를 떠나 리버풀을 맡게 된 슬롯 감독은 전임 클롭 감독 시절의 공격 축구 DNA를 계승하면서도 뒷심 있는 팀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전체 공식전에서 후반에만 22골을 넣었다. 전반 15골에 비해 7골이나 많은데, 전반보다 후반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슈팅을 많이 한 결과다. 슬롯 감독은 레버쿠젠전 직후 인터뷰에서 “상대가 중원에 많은 선수를 배치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1 대 1 싸움을 걸었다. 때때로 상대에게 공을 넘겨줘야 할 때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슬롯 사령탑 체제에서 가장 주목할 전술적 변화는 좌우 풀백을 비대칭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쪽 풀백이 중앙으로 이동해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동안, 반대편 풀백은 측면 공격을 전개하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한다. 이런 전술 변화에 따라 주축 센터백 버질 판데이크의 역할도 진화했다. 그는 후방에서 공을 배급하며 중원으로 올라온 풀백과 협력해 상대의 압박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슬롯 감독의 이런 전략은 빌드업의 유연성을 높이고, 리버풀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공격 기회를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빌드업 과정에서도 슬롯 감독은 유동적인 포메이션 변화로 상대의 예측을 무력화한다. 풀백과 미드필더의 포지션을 상황에 따라 조정하며 3-2, 2-2, 3-1 등 다양한 형태의 빌드업을 구사한다.
상대의 허를 찌를 줄도 안다. 이번 레버쿠젠전에서 슬롯 감독은 최전방에 기존 스트라이커 다윈 누녜스 대신 윙어 루이스 디아스를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6분 커티스 존스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디아스는 첫 골을 넣으며 경기 흐름을 바꿨고, 이후 추가 두 골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디아즈는 전반전 코디 학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18개의 터치만을 기록했지만, 중요한 순간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슬롯 감독은 클롭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체계적이고 독창적인 전술 스타일을 팀에 녹여내며 리버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전체 16경기에서 14승을 거두고 단 한 번의 패배만 기록하는 등 슬롯이 만지는 모든 것이 금빛으로 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한편, 챔스리그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으로 결정된 루벤 아모림 감독이 이끄는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은 이날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체스터 시티를 4-1로 대파했다. 레알 마드리드도 킬리언 음바페의 부진 속에 AC밀란에 1-3으로 대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