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우려한 ‘트럼프 2.0’ 현실로…정적 보복·미국 우선주의 휘몰아칠 듯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한국에 “머니 머신” 폄하 등 동맹 관계 격변

민주당 등 반대파에 “내부의 적” 양분 심화

국내외 즉흥·예측 불가 정책…리스크 우려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인의 절반과 세계 각국이 우려해온 ‘트럼프 2.0’이 현실이 됐다. 4년 만에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절 표방했던 ‘미국 우선주의’를 외교·안보·산업·통상 등 전방위 부문에서 더욱 빠르고 강도 높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인식하고, 특히 한국에 대해 “머니머신(현금인출기)”이라며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해 온 그의 재집권으로 한미관계에도 도전이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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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6일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자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들 앞에 나와 “나는 강력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국을 만들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선 승리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열혈 지지 세력이자 공화당 내 극우 진영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굳어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언급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정적들에게 보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민주) 등을 ‘내부의 적’으로 지칭하며, 만일의 상황에 주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2020년 대선 불복 시도와 2021년 1·6 의회난입 사태로 심화된 미국 민주주의 위기와 미국 사회 갈등이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 수십 건의 중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사법당국에 대해서도 공공연한 적개심을 드러내 왔다. 자신을 기소한 특별검사 해고와 ‘셀프 사면권’ 행사를 통한 수사 무력화는 물론이고 법무부 등을 손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방정부 인사들을 ‘충성파’로 채우는 작업도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국경 봉쇄, 미등록 이주자 강제 추방 등 그동안 공언해 온 강경 이민 정책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도 “우리는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 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공화당이 상원을 다시 장악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더욱 막강한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개정 시사,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 및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 고율 관세 부과 등의 공약이 실행에 옮겨지면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파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2기 역시 즉흥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외정책 차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해 온 그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도 ‘트럼프 리스크’의 직접적인 자장 아래 놓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받아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이 타결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해 온 만큼 북·미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미국 내 투자·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상 한국 기업들이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보조금 등의 혜택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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