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무용·무대미술 어울린 공연
16일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2)이 리사이틀을 연다. ‘방랑자, 영웅의 여정’이란 주제 아래 슈베르트, 바그너, 슈만 등의 곡을 모아 노래한다.
여기까지는 특이하지 않다. 특이한 건 형식이다. 사무엘 윤의 노래에 무용, 무대 미술이 어울린다. 사무엘 윤과 함께 무대를 연출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의 표현대로라면 “음악 반, 이미지 반”이다. 예술의전당이 준비한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로, 홍혜경·연광철에 이어 무대를 꾸미는 사무엘 윤이 무대 절반을 자신의 노래 아닌 무언가에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사무엘 윤은 말했다.
“제 노래에만 집중해달라는 마음은 이미 버렸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무용, 기악, 성악이 어울린 종합예술입니다.”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고독,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소망이라는 주제를 노래와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과 독일 쾰른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2012년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등장했으며, 2022년 독일 주정부로부터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사무엘 윤의 삶의 여정을 풀어낸 구성이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이다. “나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이었다”는 가사에는 28년간 해외에서 노래했던 사무엘 윤의 삶이 담겼다. 박귀섭은 무대에 놓여 있지만 앉을 수는 없는 의자 같은 장치로 고단한 여정을 꾸민다. 피아니스트 박종화와 아벨 콰르텟은 주제에 걸맞은 의상을 입는다거나 서서 연주하는 등의 방식으로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에 기여한다. 편곡도 클래식 음악팬들이 기존에 듣지 못했던 방식으로 선보인다. 브람스, 말러의 교향곡을 실내악 편곡으로 들려주기도 한다.
사무엘 윤은 “어떤 분은 ‘틀렸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런 걸 무서워하는 나이는 아니다. 겁 없이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이 숨죽여 보게 하는 상황을 만들 겁니다.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시도가 중요하죠. 저희가 시도하면 앞으로 더 잘하는 사람이 나올 테니까요.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저희 기성세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2000석 안팎의 대형 공연장이다. 대형 오페라나 발레가 이곳에서 주로 공연한다. 가수 한 명과 피아노 한 대, 실내악단, 무용수 3명이 이 넓은 공간을 채우는 공연을 만들 수 있을까.
“그날 제가 미쳐 있을 겁니다. 제 소리가 안 들릴 리는 없습니다. 언젠가 유명한 성악가 공연에 갔는데, 처음엔 안 들리는 것 같다가도 점점 그 소리의 주파수에 맞추게 되더라고요. 큰 사운드보단 집중할 수 있는 사운드를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