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우리의 최대 농식품 수출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까다로워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소고기와 과일, 옥수수와 치즈 등의 국내 개방 확대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농촌경제연구원의 ‘2024 미국 대선, 농업·통상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영향으로 미국은 자국 내로 수입되는 농산물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거나, 자국 농산물의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우리 농축수산식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농축수산식품 수출액은 2022년 16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7억4000만달러로 6.8%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15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이 추세라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수출 농축수산식품에 관세가 부과되거나 인상돼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대미 수출 농축수산식품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는 수출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수출 물량 감소는 국내 농식품 수급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적었다.
대미 수출 통관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농식품 통관 문제 469건 중 140건(29.9%)은 대미 수출 과정에서 발생했다. 항목별로는 라벨링·포장(51건), 성분 부적합(46건), 서류 미비(21건), 위생(13건), 잔류농약 검출(4건) 등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우리 농식품 수출에 있어 통관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라며 “대미 농식품 수출의 통관과 검역 단계의 관리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이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한·미 FTA를 ‘무역적자를 키우는 나쁜 합의’라고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자동차 수입에 대한 안전 기준 적용 완화를 골자로 한 한·미 FTA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들의 주력 품목인 소고기와 과일 등의 검역 절차 완화를 요구하거나 옥수수와 대두, 치즈 등의 수입선을 미국으로 변경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입선 변경으로 현재 우리가 수입하고 있는 상대국과의 통상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대희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무역 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농업부문에서 FTA 개정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미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동시에 농식품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출 운동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