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머스크와 거대 자본 정치의 승리” 머스크, 당·정에 영향력 키울 듯

남지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트럼프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트럼프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일론 머스크와 ‘거대 자본 정치’의 승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뿌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미국 억만장자들의 정치 관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 선거 캠페인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는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을 설립해 최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이번 선거전에 쓴 돈이 1억7500만달러(약 244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막대한 자금력에 힘입어 아메리카팩은 경합주 7곳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투표에는 큰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을 저인망식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펼쳤다. 선거운동원을 대거 고용해 약 1100만가구를 직접 방문했고, 막판에는 보수성향 청원을 지지하면 매일 1명을 뽑아 100만달러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다 불법선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머스크의 투표 독려는 선거 당일까지도 이어졌다. 일례로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였던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는 등 전통적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보수 개신교 종파 ‘아미쉬’ 유권자들의 투표가 크게 늘었는데, 머스크가 버스를 동원해 이들을 투표소까지 실어날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농촌 거주자들이 투표소에 가도록 하는 전략이 트럼프 당선에 실제로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에서 고액 기부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머스크의 관여 정도는 차원이 다르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매우 부유한 기부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선거”라며 “미래의 후보자들도 이런 도박을 흉내내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머스크에 대해 “정치 기부자로서는 대선에서 전례없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의 선거운동에 빚을 지게 된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공화당에서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략정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댄 슈너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USA투데이에 “대통령이 행정부에서 기업 리더를 활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머스크의 영향력은 전례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그를 존경할 뿐 아니라 빚을 졌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연방정부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 입각설이 거론된다. 그는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 엑스(옛 트위터) 라이브방송을 통해 “아메리카팩은 이번 대선 이후에도 활동할 것이며 향후 중간선거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공화당 선거전에 개입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테슬라를 위시한 거대 테크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친민주당 정서가 강한 지역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머스크뿐 아니라 데이비드 색스 페이팔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거나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정치적 책임이 없는 억만장자의 정치 관여가 확대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인 마이크 듀하임은 뉴욕타임스에 “정당이 통제하는 지출이 많을수록 좋다.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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