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한동훈과 갈등 문제 등 ‘함구’
윤석열 대통령은 7일 2시간 넘게 진행한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개헌 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문제를 포함한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답을 내놔야 할 현안 중 하나로 채 상병 사망사건 문제를 거론해왔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VIP 격노설’ 등의 외압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2시간20분 동안 이어진 담화 발표와 질의응답에서는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도 기자들의 질문도 없었다. 대통령실이 의혹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을 또다시 다음으로 미룬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았으나 “사고 소식을 듣고 국방장관에게 좀 질책을 했다”는 논점을 비켜간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개헌에 대한 언급도 이번 담화에선 나오지 않았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윤 대통령에게 이를 위한 공식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2027년 5월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며 야권의 임기 단축 개헌론에 대해 간접적으로 선을 그었다. 최근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의 대안으로 임기 단축 개헌론을 통한 ‘질서있는 퇴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정관계 개선에 방안에 대해서도 얼버무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한 대표와의 갈등을 먼저 풀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당정의 문제를 떠나 회사 내에서 문제가 생긴다든지, 교우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때 초심으로 가야 한다”며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오래하다보면 친해보이는 분도 다 앙금이 있더라”고도 했다. 한 대표와의 갈등도 같이 일을 하면서 풀리지 않겠냐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