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장항습지···“강력한 국제 협약 절실”

이홍근 기자
한강 하구 장항습지의 플라스틱 쓰레기 사이에서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한강 하구 장항습지의 플라스틱 쓰레기 사이에서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람사르 습지’로 등재돼 있는 한강 하구의 경기 고양 장항습지가 폐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장항습지 일대를 드론으로 조사한 결과, 총 4006개의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플라스틱 쓰레기는 3945개로 전체의 98.5%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스티로폼 포장재가 3237개로 가장 많았고, 플라스틱병이 605개로 뒤를 이었다.

장항습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중간 염도의 물이 나타나는 기수역으로,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은 자연 하구다.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 개리, 큰기러기, 재두루미, 흰꼬리수리 등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장항습지는 보호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21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재됐다.

쓰레기 대부분은 습지의 중앙부나 수로가 집중된 지역에서 발견됐다. 그린피스는 “강물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강물이 운반하던 쓰레기가 퇴적된 뒤, 하류로 이동하지 못해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간인 출입이 불가능한 터라 드론으로 촬영을 진행했으며, 인공지능(AI)으로 쓰레기 종류를 분류했다고 그린피스는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605개의 플라스틱병 쓰레기를 확인한 결과, 롯데칠성과 코카콜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동아오츠카, 웅진, 해태, 동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배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바 있는 생수 브랜드들은 육안 조사를 통해 식별 가능한 라벨이 없어 순위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갯골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풍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조류 및 습지 동물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 과정에서 플라스틱병과 스티로폼으로 둘러싸인 웅덩이에 왜가리가 서 있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쓰레기 사이에 서 있는 왜가리. 그린피스 제공

쓰레기 사이에 서 있는 왜가리. 그린피스 제공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멀리서 본 장항습지는 평화로워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동물들이 서식하는 모든 공간에 플라스틱이 침투해 있었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파편 사이를 헤엄치는 오리와 스티로폼, 페트병 쓰레기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말똥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를 담은 국제협약이 절실하다”면서 “이달말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목표 설정과 오염을 유발하는 석유화학기업, 대형소비재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책임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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