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정부의 항소·상고는 시간끌기에 불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측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에 불복해 잇따라 항소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김대용)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국가는 원고들에게 총 45억3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거처가 없는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일반 시민과 어린이를 불법 납치·감금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강제노역을 강요받으면서 가혹행위와 성폭력 등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피해자들은 “공권력의 개입·허가·묵인 아래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증언해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2022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 차례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원고 중 일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 2021년 5월 가장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다. 지난 1월 1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묵인 하에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며 “원고들이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중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피해자 모두 배상금 및 위자료 액수에 대해 다시 판단을 구하는 취지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의 항소심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이 처음 인정된 뒤 법원에서는 같은 취지의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항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까지 제기한다면 시간 끌기가 목적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하루 빨리 사과받고 합당한 배상금을 받아 아픈 기억을 잊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항소와 상고를 속히 거두고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과거사 피해 국민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