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분실·위조’ 전직 검사 항소심서 ‘공문서 위조’ 유죄로 뒤집혀

유선희 기자
‘고소장 분실·위조’ 전직 검사 항소심서 ‘공문서 위조’ 유죄로 뒤집혀

민원인의 고소장을 잃어버리고 해당 민원인이 과거에 낸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검사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1심과 달리 공문서 위조 혐의를 인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법원에서 유죄 판단이 나온 건 ‘고발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성복)는 7일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검사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유예한다고 밝혔다. 1심은 공문서 위조와 사문서 위조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공문서 위조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사문서 위조 혐의는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유예는 죄는 있지만 가벼워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당사자는 처벌이나 책임을 피하게 된다.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소송이 종료(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재판부는 “윤 전 검사의 고소장 분실은 죄질이 가볍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윤 전 검사는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2015년 12월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이 과거에 제출한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원래 수사기록에 덧붙인 혐의(사문서 위조)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수사관 명의 수사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뒤 수사기록에 더한 혐의(공문서 위조)도 받았다. 이 사건과 별도로 2018년 윤 전 검사는 수사기록 ‘표지’를 위조한 혐의로도 기소돼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윤 전 검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권익위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공수처가 수사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윤 전 검사는 징계를 받지 않고 2016년 5월 사직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사문서를 위조할 범의를 갖고 실무관에게 고소장 복사를 지시했다거나 수사보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타인의 명의를 묵시적으로 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위임 권한을 초월해 문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공문서 위조죄가 성립한다”며 “검사가 수사관이 위임한 수사관의 문서 작성 권한을 남용하는 정도를 너무 초월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윤 전 검사는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있어 개별적인 사전 동의나 사후 승낙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런 관행이 있었더라도 윤 전 검사의 행위는 사실 은폐를 목적으로 허위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것으로 문서작성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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