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관련 5대 요구를 했지만 명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의 평가는 계파별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친한동훈(친한)계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한 반면 친윤석열(친윤)계는 “진솔한 사과”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대표실을 떠나 복귀하지 않았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오늘은 입장을 내지 않을 것 같다”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평소와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와 관련해 침묵했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들도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친한계에서는 대체로 불만을 표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담화와 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게 없어 사과라고 인정이 안 된다”며 “안 하느니만 못하다. 당내에서 속으로는 평가를 박하게 할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야당의 김 여사 특검 공세를 막을 명분을 주지 못했다고 봤다. 그는 “곧바로 특검 논란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적어도 김 여사에 대해 무엇이 잘못됐고 국민들이 왜 화가 나는지 설명해야 했다. 그랬으면 여당 입장에서 ‘특검까지 갈 일이냐’는 말을 할 수가 있는데 이젠 방어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의원도 “애매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사과하는 등 일정 부분 진전은 있었고 한동훈 대표의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사과가 구체적이지 않아 속시원하다고 보지 않는 여론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부인을 악마화하고 있다’, ‘아내 조언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아내의 처신에 사과드린다는 것과 상치된다”며 “당사자인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진종오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한 기자와 만나 “10점 만점에 6점”이라며 “(김 여사 관련 해명은) 차라리 짧고 강하게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이 진솔하고 겸허하게 사과했다며 민심에 부응했다고 호평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고 밝혔다.
한 친윤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시원하게 대본 없이 다 말씀하셨다”며 “지도자의 사과는 구체적으로 하면 진실공방이 생길 수밖에 없어 추상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윤계 인사는 “대통령이 머리 숙여 사과를 한 부분은 굉장히 크다고 보여진다”며 “보수층의 지지율 반등 성과는 일정 부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여당의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SNS에서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국정 쇄신 약속을 했으니 이젠 우리는 이를 지켜보고 단합해서 나라를 혼란으로부터 안정시켜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더 이상 국정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경박한 촐랑거림은 없어야 할 때”라며 “내부 결속을 해치는 경박한 짓은 국민과 당원들이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썼다.
나경원 의원은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대통령께서 솔직하게 국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요구를 많이 귀담아들으신 흔적이 있다. 앞으로 정쟁보다는 민생과 우리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