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보다 일방적 발표 줄이고
언론사 기자들과 질의응답
대변인 향해 ‘반말’ 생중계도
“부부싸움 좀 많이 할듯”
김 여사 ‘사과 많이’ 조언에
“이건 국정 관여 아니죠?”
엄중한 사안에 농담식 대처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20분까지 140분 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했다. 예전에 비해 일방적 입장 발표를 줄이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렸지만, 핵심을 피해간 답변과 농담식 대처가 나오면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담화와 회견은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마주보고 테이블 앞에 앉아 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5분간의 대국민담화, 125분간의 기자회견 모두 기자들이 자리한 브리핑룸에서 이뤄졌다. 지난 8월에는 120분 중에서 41분을 집무실에서 읽은 국정브리핑에 할애했고 이후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총 26개 언론사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초반부 약 65분 동안 정치 현안 관련 질문 12개에 답했다. 상당수가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묻는 질문이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약 28분간 5개, 경제·사회는 약 9분간 2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후반부 23분동안 분야 제한 없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나온 질문 7개 중에서 5개는 정치 현안이었다.
대국민사과와 기자회견 초반부까지 낮은 톤을 유지하던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제가 오늘 약간 길게 얘기를 하겠다”면서 높아진 목소리로 7분 넘게 답변했다.
중간중간 농담식으로 대처해 사안의 엄중함에 비춰 가벼운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사과를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면서 “이것도 국정 관여, 농단은 아니겠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해소에 방안을 두고는 “이런 얘기하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지 모르지만 언론도 자꾸 갈등을 부추기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사회를 본 정혜전 대변인에게 반말로 말하는 내용이 마이크를 통해 전 국민에 고스란히 생중계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1개 질문에 답한 뒤 정 대변인에게 “하나 정도만 하자. 하나 정도만 해”라면서 “목이 아프다 이제”라며 웃었다. 질문 2개를 더 받은 뒤 정 대변인이 “많은 분들이 손을 드셨지만 대통령께서 지금 아무래도 목도 좀 타시고”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아니 좀 더 해요. 아니 대충 나온 것 같아서 나는”이라 했다. 이후 3개의 질문을 더 받은 뒤 회견을 마쳤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덤핑 의혹 질문이 나오자 “원전 두 기를 24조원에 수주한 것을 헐값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무식한 얘기”라고 말한 뒤 “제가 기자님을 무식하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얘기들을 하는 분들한테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외신 기자가 서툰 한국말로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나 이거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 통역 담당 관계자가 해당 기자에게 영어로 “질문을 영어로 다시 해달라”고 하자 이 기자는 한국말로 “한국어 시험처럼, 죄송하다”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