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수는 ‘미식천국’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의 하나다.
티라미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끼얹은 과자 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올리고 코코아 가루를 뿌린 케이크다. 치즈와 코코아 가루가 만드는 대비가 세련된 데다 달콤 씁쓸한 이율배반적인 맛을 가졌다.
게다가 티라미수는 요리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도 필요 없다. 맛도 좋고 조리법도 쉬워 전 세계 이탈리아 레스토랑뿐 아니라 카페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티라미수의 티라는 ‘끌다’란 뜻의 동사 티라레(tirare)의 명령형이다. 미(mi)는 ‘나를’이라는 목적격 대명사, 수(su)는 ‘위에’란 의미의 전치사다. 타라미수를 의역하면 ‘나를 기분좋게 해라’쯤이다.
세계적 명성에 비해 티라미수의 역사는 짧다. 이탈리아에 최초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쯤으로 추정된다. 원조 논쟁이 벌어졌지만 1971년 베니스 주변 소도시인 트레비소(Treviso)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지난 7월 티라미수를 처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셰프가 81세 나이로 사망하면서 탄생 스트리가 다시 한번 부각되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연륜의 티라미수가 서양 음식 역사를 써온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뭘까? 나는 전통의 힘이라고 본다.
티라미수의 근간이 되는 마스카포네 치즈는 이탈리아 치즈의 자존심인 파르미지아노(Parmigiano) 치즈의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우유 크림을 굳혀서 만든다. 파르미지아노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먹던 양젖 치즈(페코리노)를 중세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우유로 대체해 만든 유서 깊은 치즈다. 바닥에 깔리는 과자인 사보이아르디(savoiardi)도 역시 1348년 사보이아 공국에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과자를 적시는 커피는 중세시대부터 동방과의 향신료 무역을 독점해온 베네치아가 유럽에 전파했다. 또 19세기 말 커피를 빠르고 진하게 추출해내는 에스프레소를 고안해낸 나라도 이탈리아였다. 단순해 보이는 티라미수에는 이탈리아의 유구한 전통이 켜켜이 쌓여 있다.
티라미수가 최근 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덕에 인기몰이 중이다. 한 셰프가 편의점 음식으로 밤 티라미수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들이는 품에 비해 강렬한 맛을 내는 티라미수를 보며 나는 우리 음식 쌈장을 떠올렸다.
쌈장은 된장과 고추장에 마늘 등을 섞어 만든 간단한 소스다. 하지만 쌈장이 없다면 우리는 고기와 채소를 먹기 힘들다. 쌈장 덕에 우리는 고기를 별다른 양념 없이 바로 구워 먹는 독특한 바비큐 문화를 가질 수 있었다. 외국인들도 쌈장을 신기해한다. 한식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외국인들은 쌈장을 치즈와 견과류로 만들었다고 착각한다. 이들은 맛뿐 아니라 쌈장의 초간단 레시피에 한번 더 놀란다. 청동기 시대부터 빚어온 된장과 메줏가루로 만드는 고추장의 힘이다. 이렇게 긴 역사와 놀라운 맛을 가진 쌈장으로 만든 이탈리아의 티라미수 케이크 같은 창의적인 음식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