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위기학생 구하자” 힘 모은 학교·교육청·복지센터

김원진 기자

‘학생맞춤통합지원’ 프로그램 참관해보니

“저희는 학교에서의 모습만 관찰할 수밖에 없고….”(신연옥 서울 방화초 교장)

“학교라는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는데 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권순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장)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방화초에서 열린 지역교육복지공동체 2차 협의회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이번 협의회에는 방화 지역 초중학교, 서울시교육청·양천강서교육지원청, 강서교육복지센터, 지역 복지관 관계자 등 25명이 모였다. 지역 내 위기학생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학습·생활비 지원 어떻게’
각 담당자 모여 방법 협의
“시군구 협조 있어야” 지적
교육부 2026년 전면 도입
선별·낙인 우려 불식 필요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6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지원은 위기학생이 처한 경제,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파악해 학교와 복지관, 주민센터 등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의회에서 논의의 주축이 된 방화초는 통합지원 선도학교 중 한 곳이다. 지난해부터 통합지원 선도학교 96곳, 시범 교육지원청 19곳이 운영 중이다.

■ 학교·지자체·기관이 모인다

통합지원 체제에선 위기학생 지원에 지역사회가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나선다는 점이 다르다. 위기학생이 처한 상황은 다음 학년에도 공유된다. “위기관리통합협의회 등을 통해 진행해온 학생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도 있지만, 복수의 교사들은 지난달 25일 협의회에서 “그동안 학생 개인정보 접근이 제한적이라 위기학생의 가정환경이나 개인적 고민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가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위기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지역마다 구성되는 협의회에선 위기학생들의 사례를 두고 어떤 심리정서적 지원을 할지, 학생의 상황이 어떤지 등을 의논하고 공유한다. 한 예로 수업시간에 자주 잠들고, 급식을 먹지 않는 학생을 발견하면 학교에선 담임이나 상담교사가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을 통해 원인을 진단한 뒤 지역 복지기관과 함께 가정방문을 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과 연계해 심리정서 지원을 받는 식이다. 복지기관에선 학생, 부모와 함께 주민센터를 찾아 교육급여 신청을 돕기도 한다. 지자체나 복지기관이 부모의 양육 코칭을 지원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통합지원 체계에선 학교·지자체·복지기관이 이 같은 절차를 공유한다.

이번 협의회에선 주민센터 측이 “외국인은 주민센터에서 도울 수 없는데, 이주배경 학생 중 상당수는 한국 국적이 없다”고 하자 복지관,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지원 기관을 함께 물색한 사례도 소개됐다. 비수도권 한 지역에선 몽골에서 온 학생을 돕기 위해 지역 관계자들이 몽골어가 가능한 활동가를 수소문한 적도 있다.

협의회 참가자들은 통합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도 나눈다. 서울시교육청은 “빈곤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위기학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며 “통합지원이 도입되더라도 시군구에 협조 의무가 없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선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교원단체와 여야 모두 의견차가 크지 않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 선별·낙인 우려 없애야

위기학생을 지원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통합지원을 둘러싼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선별’과 ‘낙인’ 그리고 ‘분리’다.

지난 9월25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서비스를 통합해 지원을 효율화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건 좋다”면서도 “정상과 비정상, ‘일반 학생’과 지원 대상을 나눠 분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법안에서 ‘선 지원 후 동의’를 할 수 있게 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부모 동의 없어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3개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부모가 소통을 거부하면 위기학생 지원 자체가 어렵다”는 교사들의 입장과 충돌한다. 입법 과정에서 ‘선 지원 후 동의’를 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수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지원이 도입되면 위기학생 분리가 손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교가 위기학생을 선별한 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인근 대안학교나 지역 단체에 교육과 돌봄을 떠넘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사들이 위기학생의 관심을 끊어버릴 수 있다”(이경현 방화중 교장)는 우려도 나왔다. 윤경희 안양문화고 교감은 “교육과 돌봄은 분리할 수 없고, 학생에겐 교육과 돌봄이 함께 가야 한다는 현장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밖이나 지역의 자원이 부족한 읍면 단위에선 통합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전국 17개 시도 중 자치구에 지역사회와 연계해 위기학생의 학교 정착을 돕는 교육복지센터가 있는 곳은 서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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