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재선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환율 관련 위험이 커지고 있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기조적인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원·달러 환율이 142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경상수지 흑자가 줄고 수입물가가 오르는 등 실물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환율은 야간 종가(1399.3원)보다 오른 1401.1원에 시작해 오전 한때 장중 1404.5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점차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0.4원 오른 달러당 1396.6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던 때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등 세 번뿐이다.
관세 인상·이민자 추방 이행 땐
인건비·물가 상승에 금리 묶여
강달러 예고…1420원이 저항선
장중 한때 1404.5원까지 올라
자동차 등은 수출가격 경쟁력
원자재 가격 오르며 물가 불안
시장에선 강달러가 구조적인 현상이라 본다. 백악관과 더불어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대규모 감세와 관세 인상을 추진할 경우 물가가 오르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장기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달러당 1420원이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할 위험이 커졌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나설 가능성도 잠재해 있는데, 원화 약세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한국은 피해를 볼 여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환율이 높아지면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선 수출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으나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가격도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전 세계 자국 이기주의가 확산될 경우 글로벌 금리 및 환율 전쟁으로 이어져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코로나 이후 2019년부터 1300~1380원 안팎으로 상향조정되는 과정인데 트럼프 당선은 이 흐름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당분간 1400원 전후에서 움직이고, 연말엔 1350원 전후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