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가 약 100일 동안 상생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는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익위원들의 안과 달라 결국 결렬됐다.
향후 수정안이 논의되면 한 차례 회의가 더 열릴 수 있으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는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상 마지막 회의였던 이번 회의에서 배달 플랫폼은 만족할만한 상생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공익위원들은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공익위원들은 긴 논의를 거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재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상생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득했지만, 이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들은 플랫폼 업체에 ‘중개 수수료 평균 6.8% 이하’ ‘가게 매출 하위 20%는 중개 수수료 2%’를 적용하고, ‘최고 수수료율 현행(9.8%)보다 낮아야 한다’는 중재 원칙을 제시했다.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현 수준(지역별 1900~2900원)의 정액제를 유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익위원들의 중재 원칙은 그러나 배달앱 업체들의 의견과 달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배달의민족은 상생안으로 현행 9.8%인 중개 수수료를 거래액 기준으로 세 구간으로 나눠 2.0∼7.8%로 낮추는 ‘차등 수수료’ 방안을 제시했다. 배달비는 거래액에 따라 1900∼3400원을 받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일부 전통시장에서 시범으로 중개 수수료 0%를 부과하던 것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가 같은 수준의 상생 방안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이러한 상생 방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 점, 상생 방안의 시행에 타사의 상생 방안 시행 여부를 조건으로 제시한 점을 아쉽다”고 평가했다.
쿠팡이츠는 거래액 기준, 총 6구간으로 나눠 2.0∼9.5%로 중개 수수료를 정하겠다고 했다. 대신, 배달비는 기존 1900~2900원에서 2900원으로 단일화하고, 거래액 상위 50%에 대해서는 할증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키겠다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은 쿠팡이츠의 제안에 대해서도 수수료율 인하 수준이 낮고,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 점을 부족한 점으로 평가했다.
공익위원들은 “양사의 중개 수수료 인하가 배달비, 광고비 등 다른 부담 항목으로의 풍선효과로 번질 수 있다”며 “양사의 제안 모두 상생협의체의 출범 취지에 충분히 부응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11일까지 쿠팡이츠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 원칙에 가까운 수준의 상생 방안을 새로 제시할 것을, 배달의민족은 현재 상생 방안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향후 상생 협의체 방향은 안갯 속이다. 수정안이 논의할 정도로 판단되면 회의는 한 차례 더 열릴 수 있다. 그러나 약 100일 동안 11차례 회의를 통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업체가 중재 원칙에 부합할 상생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종 결렬이 확정된다면 수수료율은 당분간 현행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상생협의체는 수수료 외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 항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 라이더 위치정보 공유 등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다. 수수료 합의가 최종 결렬되더라도 이 사항들에 관한 합의는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11일에도 합의가 결렬될 경우엔 입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상생안 도출이나 합의가 최종 결렬되면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후속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다만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등) 입법 계획은 확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입법을 통한 배달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수료율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법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