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전국 법원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아 ‘셧다운’ 된 다음날인 8일 법원 내부는 긴장감이 식지 않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일단 “‘24시간 방어체제’를 계속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재 디도스 공격은 잦아들었지만 언제 다시 대량 공격이 쏟아질지 모르고, 지난해 북한의 법원 전산망 해킹 사건의 트라우마까지 겹치면서 법원 내부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전날 전국 법원 홈페이지는 디도스 공격으로 약 2시간 가까이 마비됐다. 법원 내부 전산망까지는 피해가 가지 않았지만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건검색 기능은 물론 각급 법원 홈페이지의 이용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이날 현재 법원 홈페이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디도스 공격은 특정 서버를 대상으로 많은 양의 트래픽을 유발시킴으로써 해당 서버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해킹 기법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날 “디도스 공격은 숨어있는 공격자의 의도에 따라 진행된다”며 “수사나 조사기관에 의해 공격자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공격이 완전히 차단됐다거나 방어가 완료됐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의 위기감은 이번 디도스 공격이 ‘친러시아 해킹조직’ 소행이라는 설까지 나돌면서 커지고 있다. 다크웹 사이트에서 친러시아 해킹조직이 ‘대법원 사이트를 공격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법원행정처는 공격자를 찾아내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가정보원과 협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방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는 일도 이번 법원 디도스 공격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 기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주체가 친러시아 해킹그룹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인한 사이버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 해커 조직 등의 디도스 공격에 대비해 보완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법원이 다른 때보다 더 뒤숭숭한 이유는 지난해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해 법원 전산망이 털린 사례가 있어서다. 올해 들어 큰 규모의 디도스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가 연달아 공격에 털리는 상황이 계속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수사기관과 공조해 대응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들어오는 접속 루트는 다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저희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기관에서도 같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걸로 안다”며 “국정원과 협조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건설적인 협조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