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공천 주라 얘기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 박근혜 ‘친박 공천 사건’과 다를까?

김혜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누구를 공천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누구를 꼭 공천 주라고 사실 얘기할 수도 있다. 외압이 아니라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명태균씨에게 “김영선(당시 국민의힘 후보)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말한 통화 녹취가 공개되자 해당 발언은 ‘의견 개진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는 것을 금하는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있어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해명은 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죄로 끝난 ‘박근혜 친박 밀어주기 공천개입 사건’과 비슷한 ‘윤 대통령-명태균 통화’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그의 말처럼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대통령이 당에 ‘특정 인물을 공천해달라’고 요청하는 발언은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에서 명확히 금지하는 대상이다. 선거법 제9조는 ‘대통령 등 공무원이 선거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47조 2항도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 발언’은 사법적으로 유죄 판단을 받은 이력이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계) 후보’ 당선을 위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을 기소했을 때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는 총선을 앞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른바 ‘친박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친박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약 120차례 실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통해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과 현 전 수석 등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인정할 정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실시 및 관련 자료 작성에 정무수석실 비서관·행정관들이 상당 기간 여럿 동원됐고, 당 공천 관련 사항은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라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해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총선 관련 자료가 대통령 보고용으로 따로 만들어졌고, 공천 무렵 박 전 대통령과 현 전 수석의 통화가 잦아졌다는 관련자들의 진술 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선거에 관해 단순한 의견개진을 한 경우라면 공직선거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의 일환으로 허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비박 후보 배제와 친박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계획적·능동적으로 실행한 것이어서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을 승인·공모했다는 혐의만으로 기소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엔 ‘직접’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명씨와의 통화 당시가 대통령직 취임 하루 전이라 당선인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선거법상 공천개입 혐의는 공무원이어야 성립하는데, 대통령 당선인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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