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뭔데

‘소똥’의 대변신···친환경 에너지로 전환, 비용 아끼고 환경도 지킨다

안광호 기자

우분의 99%, 퇴비로 활용…퇴비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수질오염 악화

“2030년 우분 고체연료 일 4000t 사용…연간 160만t 온실가스 감축 효과”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악취와 녹조 등 각종 민원 발생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우분(소똥)’이 친환경 에너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한국남부발전, 농협경제지주는 8일 서울 종로구 농협카드 본사에서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화석연료 대신 우분으로 전기를 만들기 위해 관계기관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경제뭔데]‘소똥’의 대변신···친환경 에너지로 전환, 비용 아끼고 환경도 지킨다

지난해 우분 2143만t 발생…전체 가축분뇨 발생량의 42%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축분뇨 배출량은 약 5087만t으로, 이중 한·육우와 젖소 등 소의 분뇨량이 2143만t(42.1%)를 차지한다.

우분의 99%는 퇴비로 쓰인다. 우분은 돈분 등 다른 가축의 배설물에 비해 불순물 등 고형물 함량이 높다. 이때문에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에서 정화나 바이오 가스화 방법으로 처리되지 않고,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퇴비로 만들어 쓴다.

문제는 우분을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수질오염 악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우분 퇴비를 만들 때는 뭉쳐진 분뇨를 잘게 부숴주고, 공기 공급이 잘 되도록 퇴비 더미의 뒤집기를 해줘야 질 좋은 퇴비를 생산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과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질소와 인 등의 성분이 토양에 쌓이거나 하천으로 흘려들어가 녹조 등 수질오염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실제 2018년 대청호 녹조 등 금강수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녹조 현상도 대청댐 상류 하천변에 방치된 우분이 비가 내릴 때 오염원으로 수계에 유입하면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환경당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우분 운반·수거 차량에 전자인계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김중곤 국립축산과학원 박사는 “우분 퇴비화 과정에서 공기를 적절하게 공급해줘야 하는데, 농가에서 개별 살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탓에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토양과 하천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분을 고체연료로 전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분 고체연료란 소의 똥에서 수분을 제거해 고체상태 연료로 만든 것이다. 우분을 고체연료로 전환해 화석연료를 대체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과 녹조 예방 등 가축분뇨의 친환경적 처리가 가능해진다.

우분 고체연료는 산업계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연료로 활용될 수 있다. 고체연료로 전환해 열병합발전에 활용하거나, 석탄을 사용하는 철강 생산 공정에 석탄 대신 쓰일 수도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전북 4개 시도에 우분에 톱밥과 같은 보조 연료를 절반 미만으로 섞은 고체연료 생산을 허용하는 실증 특례를 부여했고, 농식품부는 6월 한국남부발전과 우분 고체연료를 시험 연소한 바 있다.

지난 1월11일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동목장 내 축사에서 한 직원이 스키드로더를 이용해 분뇨를 거둬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11일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동목장 내 축사에서 한 직원이 스키드로더를 이용해 분뇨를 거둬내고 있다. 연합뉴스

“우분 고체연료로 유연탄 대체 확대…연간 약 1500억원 경제 효과”

농식품부는 이날 협약을 계기로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화하고 관계기관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부터 남부발전에서 우분 고체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 온실가스 발생 등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과 수계지역 수질 개선, 녹조 예방 등을 위해 발전소 등에서 고체연료를 보다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협약에 참여한 기관들은 2030년 우분으로 만든 고체연료를 하루 4000t씩 발전에 사용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고체연료 품질 개선과 생산시설 확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목표가 달성되면 연간 160만t의 온실가스를 덜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자동차 110만대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우분 고체연료의 발열 에너지를 기존 화석연료인 유연탄과 비교해보면, 1t의 우분 고체연료는 유연탄 0.5t 상당의 에너지와 맞먹는다. 수입 유연탄 가격이 1t당 1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t당 약 6만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2018년부터 2020년 평균치인 연간 1억2652만t을 수입하는 유연탄의 1%를 우분 고체연료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15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남부발전 고체연료 사용은 대형 산업시설의 고체연료 사용 첫 사례로, 산업계에 고체연료 본격 활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협약기관 등과 함께 고체연료 품질 개선 등을 추진해 고체연료가 안정적으로 산업계에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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