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 소송자료’ 무단 공개한 박재동 화백, 5000만원 배상 판결

유선희 기자
‘성추행 피해자 소송자료’ 무단 공개한 박재동 화백, 5000만원 배상 판결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관련한 소송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한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사진)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창모)는 8일 A씨가 박 화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 화백은 A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박 화백으로부터 당한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언론사에 제보했다. SBS는 2018년 2월 해당 피해사실을 보도했다. 박 화백은 A씨의 진술이 허위라며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박 화백의 패소가 확정됐다.

문제는 박 화백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A씨와 관련된 소송자료를 지인 등과 공유하고 유출했다는 사실이다. A씨의 개인적인 대화 내용이 담긴 정보 등이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마구 퍼졌다. 이에 A씨는 박 화백을 상대로 위자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 화백은 사적 대화가 포함된 소송자료들을 지인에게 공유해 페이스북에 공개하도록 하거나 적어도 이를 방조해 다수의 사람에게 누설되게 했다”며 “A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해 정신상의 고통을 가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 화백에 의해 유출된 소송자료로 A씨는 2차 가해로 큰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현재까지 그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A씨 측 대리인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행위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들이 2차 가해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A씨는 “수년 간 이어지는 긴 법적 공방 속에서 미투는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서 멀어졌고, 외로운 싸움을 하며 힘든 적이 많았다”며 “이번 판결로 2차 가해를 겪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긍정적 의미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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