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 운동‘도’ 하며 살빼야 보기 좋다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살을 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다이어트와 운동이다. 둘을 병행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체중 감량이라는 측면에서는 덜 먹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운동만으로 살을 빼는 건 식사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면 한 개의 열량은 600㎉ 정도인데, 이걸 운동으로 소모하려면 보통 체구의 성인남자 기준 1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그보다 체구가 작다면 2시간 달릴 각오는 해야 한다. ‘라면 먹고 1시간 달릴래? 안 먹고 안 뛸래?’라고 묻는다면 답은 거의 정해져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운동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부지런한 사람이 위의 상황에서 라면 대신 달리기를 택했다 해도 내일까지 라면을 먹고 같은 페이스로 1시간을 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곤해서 포기할 가능성도 높고, 전날 뛰고 무릎이 아파 드러누워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주일 연속으로 라면 더 먹고 1시간 달리기를 했다면 그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다.

이쯤에서 궁금증 하나. 매일 라면을 먹고사는 우리들 대부분의 몸 상태는 정상이지 않은가? 그건 우리가 하루에 쓰는 총 에너지로 라면 서너 개쯤은 너끈히 태우기 때문이다. 몸이 쓰는 총 에너지 중 ‘운동’이라는 형태로 쓰는 부분은 많지 않다. 먹은 음식의 60~70% 정도는 기초대사량. 즉 운동과 무관하게 ‘살아있기 위해’ 필수로 써야 하는 상수다. 그러니 평상시 먹는 범위 내에서의 라면은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초대사량과 소화흡수에 쓰는 에너지를 빼고 나면 대부분의 성인이 일상생활에서 ‘몸을 움직여서 쓰는 모든 열량’은 하루 500~1000㎉ 사이가 대부분이다. 운동으로 더 태울 수 있는 열량도 결국 이 범주를 넘기기는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몸이 감당을 못한다.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해도 실제 쓰는 에너지가 딱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예컨대 하루 2000㎉를 쓰던 사람이 달리기를 시작해 300㎉를 더 태웠다면 하루 2300㎉를 소모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이를 ‘에너지 보상’ 또는 ‘대사적 적응’이라고 한다. 우리 몸은 운동에 익숙해질수록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는 데다, 피곤해지면 무의식중에 다른 활동을 줄이기 때문이다. 즉 열량을 많이 쓰는 운동일수록 체중 감량에 유리하지만 기대만큼 빠지지는 않는다.

이론적으로 하루 30분 빠른 걷기나 가벼운 근력운동을 하면 0.4~0.5㎏의 체지방을 태울 수 있으니 1년이면 5㎏ 이상 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글쎄요, 사람 나름’이다. 에너지 보상으로 이보다 덜 빠질 수도 있고, 감량이 너무 더뎌 의욕을 상실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운동했으니까’라며 밥 두세 숟가락씩만 더 먹어도 이 정도 운동량은 희석되어 없어진다. 운동만으로 살을 빼는 게 이렇게 힘들다.

그런데도 체중 감량에서 운동을 강조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식사조절만으로 살을 뺐을 때 생기는 근육 손실과 체력 저하 때문이다. 똑같은 체중을 줄였어도 굶어서만 뺀 사람은 ‘그냥 마른 몸’이 한계다. 반면 운동을 병행하며 감량한 사람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몸에 적당한 근육이 붙어 보기도 좋고 활동적인 생활습관도 생긴다. 즉 운동은 식사만으로 살을 뺐을 때의 부작용을 줄여준다. 살빼기에 힘을 보태는 건 덤이다.

모든 사람이 체중 감량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체중은 그대로여도 운동만으로 근육량이 늘고, 혈압이나 혈당 등의 건강 지표도 확연히 개선된다. 이것만으로도 운동을 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지 않은가.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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