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135금성호’ 침몰 사고 대책본부가 마련된 제주 한림항. 오후 내내 사고 해역에 나가 수색 상황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대책본부로 돌아왔다.
실종된 12명의 선원 중 가장 어린 A씨(19세)의 어머니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시누이 (A씨 고모)품에 안겨 말없이 흐느꼈다.
“버텨야지, 버텨야지. 아무 생각하지마, 아무 걱정마” 시누이가 양볼을 연신 쓸어내렸다.
A씨의 고모는 “조카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배를 탔다”고 했다. 실습으로 작은 배를 타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큰 배(135금성호)를 탔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쯤 한림항에 도착했다는 그는 “어제밤 10시 가까이 돼 상황을 알게 됐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울음을 삼켰다.
실종자들의 생환 소식을 기다리며 전날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샌 가족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타들어간다. 애달픈 심정에 경비정을 타고 구조 작업을 참관하고 왔지만 막막한 건 그대로다.
50대 실종자 B씨의 어머니도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막내여서 아주 딸 처럼 살가운 아들이었지요. 아들이 부산에 살아서 자주는 못봐도 너무 소중한 아들이에요”.
아직 미혼이라는 B씨는 뱃일을 30년 가까이한 베테랑이라고 했다. 본인이 뱃일을 좋아해서 부산과 제주를 오가며 일을 했다. B씨 어머니는 “아들이 저 바다 아래 어딘가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나갈것 같았다”며 “아들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갑갑한 심경도 내비쳤다. 한 실종자 가족은 “어제는 장관이 말을 하고, 오늘은 경비과장이 브리핑을 했다. 안되면 안된다, 되면 된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 잠수를 많이 한다는데, 무엇이 부족한지 말을 안해준다”며 “우리는 과정이나 절차를 알지 못한다. 진전이 없으니까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실종자 C씨의 형은 “동생하고 사흘 전에 마지막 통화했는데, ‘열흘 뒤면 (집에) 들어간다’고 해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고가 어떻게 난건지 뭐 아는게 없으니 말을 못하겠다”며 “선장이라도 살아있으면 물어볼텐데, 선장부터 실종이 되어서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무게를 못이겨 배가 넘어갔다고 하니까 그렇게 믿어야겠다”면서도 “그런데 다른 항해사는 경찰에서 뭐라고 진술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틀째 밤샘 수색을 이어갈 예정이다. 야간 수색에는 해경과 해군 함정 27척, 관공선 7척, 민간어선 13척 등 함선 47척과 항공기 5대를 동원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아직 버리지 않고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오늘 심해 잠수를 한다고 하는데 빨리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다. 살아있을 때 구조해야한다”며 “지금은 잘잘못 따질 필요없다. 시간이 갈수록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한테 잘하지 말고 실종자한테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